대졸 신입사원에서 임원이 되는데 22.4년 걸리고 승진 대상자 10명 중 4명 정도만 그 해 승진하는 등 기업들의 승진 정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100인 이상 3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승진관리 실태’ 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까지 승진하는데 걸린 기간은 22.4년으로 인사 규정상 승진 연수인 20년보다 2.4년 길었다.
특히 같은 조사를 했던 1996년과 비교하면 사무직의 경우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데 3.7년에서 4.1년으로, 과장에서 차장 승진은 4.3년에서 4.5년으로, 차장에서 부장 승진은 4.3년에서 4.6년으로 길어졌다. 반면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임원 발탁 인사가 확산하면서 5.6년에서 5.0년으로 줄어들었다.
또 연간 승진대상자 가운데 44.5%만 실제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 정체 현상을 직무형태로 보면 사무직의 경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29.8%, ‘없다’는 17.7%였으며 생산직은 ‘심각하다’가 27.1%, ‘없다’가 30%로 사무직의 승진 정체 현상이 생산직에 비해 심각했다.
대기업의 승진 정체 비율은 사무직, 생산직이 각각 40.1%, 31.5%로 중소기업의 17.6%, 22.2%에 비해 각각 22.5%, 9.3%포인트나 높았다.
승진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전문지식’이 28.1%로 가장 높았고 △개인 실적 25.3% △관리능력 17.4% △근속연수 14.6% △학력 1.8% △성 0.5% △연령 0.3% 등의 순이었다.
이는 96년 조사에 비해 전문지식은 19.8%, 개인 실적은 3.6% 포인트 증가한 반면 관리능력은 1.9%, 근속연수는 2.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전문지식과 개인 실적의 비중이 높아진 반면 연공서열 인사에서 중요시돼 온 속인적 요소의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승진 정체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직급정년제(특정 직급에서 일정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할 경우 승진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기업이 29.3%로 96년 13.2%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총 관계자는 “노동 시장이 경직되면서 승진대상자는 많아졌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조직 확대가 미흡해 승진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근로조건이 좋고 노조 조직률도 높아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승진대상자 누적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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