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1%, 2004년 4.6%, 그리고 올 1.4분기엔 2.7%. 지금 분위기라면 상반기 3%, 연간 4% 성장도 버거워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5%로 상정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능력, 즉 적정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보다 더 성장하면 인플레 등 거품이 생기게 되고, 덜 성장하면 생산요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나 생산성 향상이 더디다는 의미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5%’ 전제는 과연 타당한 것일까. 한 두 해도 아니고 3년째 성장률이 5%에 미달한다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이미 3~4%대로 추락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5% 성장이 정상인데 그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3~4% 성장이 한국경제의 한계선이 된 것은 아닐까. 만약 잠재성장률에 변화가 생겼다면, ‘성장률 5%대 조기회복’에 맞춰져 있는 정부의 거시정책기조도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은행과 연구기관등에 따르면 민간 연구소들은 이미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 혹은 3%선까지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이래 2010년까지 잠재성장률이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03년까지 만해도 잠재성장률은 5.4%를 유지했지만 양극화와 성장동력 부재, 급속한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5%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도 잠재성장률이 4%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노동력과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투자수익률도 떨어지는 만큼 잠재성장률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은 노동과 자본투입의 한계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했지만 우리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낮아졌다고 주장해온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지금은 더 떨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4.6%의 성장도 사실은 수출지지를 위한 고환율 정책이 만들어낸 인위적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성장과 내수, 고용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 여력은 크게 하락했다”며 “3~4% 성장은 현 구조하에서 한국경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한은은 ‘잠재성장률=5%’란 입장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전제위에서 올 하반기이후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며, 이를 위해 재정조기 집행, 추경편성 검토, 저금리기조 유지 등 거시정책기조를 확장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물론 잠재성장률은 측정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 분석대로 잠재성장률이 3~4%대로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5% 성장전략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공필 박사는 “잠재성장률이 4%안팎 혹은 그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5% 성장에 집착한다면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만약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5% 달성에 성공하더라도 이는 미래(후세)의 성장재원을 미리 끌어 쓴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1.4분기 2.7% 성장에 충격받은 나머지 5%대 조기회복에 매달린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단기적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추락한 잠재성장 여력을 끌어 올리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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