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29일 유럽연합(EU) 25개국 중 두 번째로 유럽헌법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를 마치고 개표에 들어갔다.
프랑스의 EU헌법 찬반 국민투표는 부결될 것으로 보여 1950년 프랑스와 독일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구상 이후 반세기에 걸쳐 전개돼온 단일 유럽의 꿈이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프랑스는 28일 프랑스령 기아나 등 해외영토에서 먼저 투표를 실시한데 이어 29일에는 본토에서 투표에 돌입, 오후 10시(현지시각) 파리와 리옹 두 도시를 마지막으로 투표를 마쳤다.
하지만 EU헌법 국민투표를 위한 캠페인이 전개되는 내내 반대 여론이 우세했고 캠페인 마지막날인 2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52%로 과반을 차지, 개표 결과는 부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는 EU 회원국 중 EU헌법 승인에 처음으로 실패했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27일 상원 표결을 통과한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그리스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이나 스페인 등 총 9개 국가가 지금까지 의회표결 또는 국민투표로 EU헌법을 비준했다. EU헌법은 2006년 11월까지 25개 회원국 중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비준해야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6월1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네덜란드도 반대 여론이 60%에 달해, 프랑스에 이어 EU헌법 부결 도미노도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EU헌법의 사망선고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즈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7일 각각 툴루즈와 릴에서 지지유세에 나서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찬성표를 호소했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프랑스의 부결은 유럽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팔머 유럽정책센터 애널리스트도 “프랑스의 EU헌법 부결은 네덜란드 투표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면 EU헌법은 무효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나 다른 주요국가에서 새로 선거를 하기 전까지 2,3년 혹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침체기가 올 것”을 우려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실패할 경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샤를 드골 대통령의 제5공화국 수립 이후 치른 열 차례 국민투표에서 두 번째 부결로, 최근 39%까지 인기도가 떨어진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 표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시라크 대통령이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할 것으로 관측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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