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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훼손 기업, 돈줄부터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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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훼손 기업, 돈줄부터 죈다

입력
200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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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이 공격 대상을 대규모 대규모 금융 회사로 바꾸고 있다. 댐을 만들고 기름을 뽑고 송유관을 놓는다며 마구잡이로 삼림을 훼손하고 땅을 파헤치는 정유ㆍ목재 회사를 집중 공략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 그러나 이제는 이들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회사를 붙잡아 돈줄을 막아버리는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쉽사리 꺾이지 않았던 목재ㆍ정유 회사와 달리 금융 회사들은 의외로 고분고분하다. 금융 회사들이 개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업체들이 합의한 ‘적도 규정(equator principles)’이 환경보호에 한몫 하고 있다. 2003년 국제금융공사(IFC)가 주도한 이 규정은 금융 회사가 자금을 투자하려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환경을 크게 훼손하거나 원주민의 정상적인 삶을 방해할 때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벨기에 KBC 은행 등 10개 회사가 처음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 시티그룹, AIG 등 30개 회사들이 규정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27일에는 네덜란드의 HSBC가 새로 가입했다.

돈을 꿔야 하는 개발 회사들은 해당 국가의 환경 법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IFC의 환경규정을 어떻게 지켜나갈 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이 계획서를 꼼꼼하게 따져본 후 자금 지원을 결정한다. 관계자들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80%는 이 규정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적도 규정을 지키는 지 여부를 감시하고 있는 ‘뱅크 트랙(BANK TRACK)은 “많은 회사들이 마지 못해 협약에 가입한 뒤 실제는 규정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 주 개통된 BTC 송유관이 이 지역 쿠르드족의 삶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시티그룹과 ABN Amro는 “적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며 자금 지원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쉘(Shell)이 건설하려는 제2사할린 송유관 역시 회색 고래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 뻔한데도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신용회사는 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적도 규정 자체가 자발적인 협약이어서 금융 회사들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환경단체들은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되면 금융회사들도 언제든 약속을 파기하고 떠날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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