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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8) 보성고(190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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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8) 보성고(1906.9.5~ )

입력
200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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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세워 나라를 버틴다(흥학교 이부국가ㆍ 興學校 以扶國家).”

구한말 외세의 압력과 탄압 속에서 교육구국이란 기치아래 당시 대한제국의 군부대신인 석현(石峴) 이용익(李容翊) 선생이 건립한 보성고교가 내년 9월5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보성고는 종교적 색채를 띤 당시의 다른 학교와는 달리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민족사학으로 역사적 혼란기 때마다 국가발전과 민족문화창달의 정점에 서 왔다. 지금까지 4만여명의 동문을 배출해 온 보성고는 이제 100주년을 맞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민족사학에서 세계의 명문학교로 비상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국의 혼과 얼이 서린 세계인 육성

보성고는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보성인’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한국의 혼과 얼이 서린 세계인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문학의 맥을 면면히 이어 온 문인들의 업적을 집대성한 ‘보성과 한국문학전시관’. 이미 지난해 염상섭 현진건 김상용 이 상 김기림 조세희 조정래 김진명 씨 등 동문 문인들의 작품집 등을 수집해 학교 내에 보성과 학국문학전시관을 건립했다.

또 학생들에게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규수업과는 별도로 매주 글쓰기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교 자체적으로 동문들을 기리는 각종 문학상을 제정해 학생들의 창작열기를 배가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국문학관 건립이 전통문화 계승의 측면이라면 발명반 운영은 창의력을 겸비한 세계인 양성을 위한 포석이다. 2000년부터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입시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적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발명반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도 불구하고 각종 경연대회에서 212차례나 수상했고 특허 13건과 실용신안 23건, 의장 1건 등을 출원했다. 지난해에는 발명 유공단체로 선정돼 특허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대학진학으로 연결돼 2002년부터 4년동안 17명이 발명 특기자로 명문대학에 입학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국내 경연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로까지 눈을 돌려 학생과 교사가 혼연일체가 돼 국제적 수준의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학교는 또 올해부터 수학여행 대신 해외탐방단을 구성해 자신이 정한 주제별로 일본 중국 등 인근국가를 방문해 견문록을 작성케 할 계획이다.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현재 독일어 일본어 중심인 제2외국어 교육을 보강하는 한편 국제로터리 산하 봉사단체인 ‘인터렉트’를 통해 한일 학생들간의 국제교류도 활성화하는 등 국제교류 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

◆ 100주년 기념관 건립 및 각종 예술행사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손길도 남다르다. 보성고는 100주년 기념식이 단순한 교내 행사가 아닌 교우 학생 교사 학부모 퇴임교사 지역주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교내 750평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100주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300석 규모의 소극장과 멀티미디어실 갤러리 역사전시실 등 청소년의 감성계발을 위한 공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심리상담클리닉 헬스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이원화 돼 있는 교육정보부와 도서관을 통합해 학생들이 방과후에도 집에서 PC를 통해 각종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을 구축하는 한편 해당학과 교사와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9년부터 교우회를 중심으로 100주년 기업사업 준비위원회를 구성, 100억원의 재원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고액 기부자에게는 기념관이나 기념탑에 성명을 기재해 영구 보존하거나 홀 이름을 증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기존의 80년사를 기본으로 20년사를 추가해 ‘보성 100년사’를 편찬하는 한편 개교 이후 재학생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화보집과 영상물도 제작할 계획이다.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문화계를 이끌어 온 만큼 문화행사도 다채롭다. 우선 염상섭 현진건 김상용 이 상 김기림씨 등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집 전시회를 비롯, 조세희 조해일 조정래 성찬경 박희진 등 생존 작가들과의 대담, 시낭송회 등이 100주년 기념일에 맞춰 진행된다. 현직 교사인 김덕기 화백 주도로 나부영 전성우(현 이사장)씨 등이 참여하는 100주년 미술전도 준비 중이다. 김세환 신해철 조성모 등 동문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가요제와 전통의 밴드부가 주관하는 음악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 보성이 걸어온 길

보성고는 구한말 석현 이용익 선생이 세운 보성학원이 전신이다. 처음에는 보성소학 보성중학 보성전문학교로 구성된 보성학원으로 건립됐다가 이중 보성중학이 현재의 보성중ㆍ고교로, 보성전문학교는 고려대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06년 서울 박동(현 수송동 조계사 터) 교사에서 신입생 246명으로 출발한 보성고는 국민들이 고난을 겪을 때마다 구심점 역할을 했다. 천도교가 운영하던 1919년 3ㆍ1운동 당시에는 교주 손병희 선생과 당시 교장이었던 최 린 선생이 민족대표 33인 결성을 주도했고 보성출신 학생들은 구국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다. 특히 학교내 인쇄소인 보성사에서 기미독립선언서 3만5,000매와 최초의 조선독립신문을 비밀리에 인쇄해 3ㆍ1운동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1940년대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현 재단인 동성학원을 설립한 뒤 학교를 인수해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을 맞서 문화유산의 해외유출을 막는 등 문화수호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산 영주동에 중앙학교와 함께 연합 피란학교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60년 4.19혁명에도 많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학교는 특히 문학계에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최초의 자연주의 사조를 도입했던 염상섭(6회)을 비롯해 조선유학사를 집대성한 현상윤(4회), 천재시인 이 상(17회), 김기림(18회) 현진건(10회) 조정래(52회) 조세희(51회)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재계에는 정세영(39회)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헌(58회) 전 현대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정유 회장 등이 있으며, 미술사학의 태두 고유섭(16회)과 대중강연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55회)도 보성고 출신이다. 이밖에 가수 김세환(57회) 조성모(85회) 탤런트 문성근(62회) 길용우(64회) 조형기(67회) 김형일(71회) 박상면(76회) 등도 보성이 자랑하는 문화ㆍ예술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 보성고 김갑철 교장

“다가올 100년은 한국인의 특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성을 겸비한 학생을 양성해야 합니다”

서울 보성고교 김갑철 교장(62)은 100주년을 맞는 감회에 대해 “나를 알고 남을 안다는 교육이념 아래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쳐 왔으며 다가올 100년은 진정한 세계인을 육성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1977년 서울시 시립아동보호소 교도사로 활동하다 평교사로 보성고에 부임했다. 그 이후 교감을 거쳐 2002년 교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근 30년을 보성고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가 교직생활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학생들에게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계승하도록 독려하는 전통교육. 교사시절부터 학생들과 함께 ‘전국을 교실로’라는 모토아래 전통문화연구반을 조직, 전국에 산재된 문화재와 유적을 답사하고 매년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전통문화 재발견에 힘을 쏟았다.

김 교장은 “내 나라를 아는 가장 빠른 길은 역사를 아는 것이며, 역사를 아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은 문화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연구보고서가 수북히 쌓이는 것을 볼 때마다 제자들이 쏟은 땀방울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교육 외에도 교장 취임과 함께 설치한 발명전시실 등 발명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난해에는 정부로부터 녹조 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교장은 “전통문화의 습득과 창의력 계발을 위한 교육은 진정한 세계인이 갖추어야 할 양 날개와 같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연수 등의 국제 교류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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