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홀려서 서남해안 개발 구상 중의 하나인 ‘S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따라서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재복 사장에게 속은 청와대 = 지난해 5월 김재복 사장을 만난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김 사장의 실체를 잘못 파악했다. 정 전 수석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 싱가포르 정부와 기관들을 대표해서 한국에 200억 달러의 자본을 끌어온 사람”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증 결과 사실과 달랐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투자기관인 싱가포르 투자청은 “본청은 김 사장과 관련이 없으며 김 사장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동북아위 기획실장을 지낸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도 김 사장을 싱가포르 전력청 고문(senior advisor)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측은 “싱가포르 전력청이 김 사장에게 몇 차례 컨설팅을 한 적은 있지만 김씨는 전력청 직원이나 고문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친한 주한 싱가포르 대사가 서신을 통해 “김 사장을 신뢰한다”는 뜻을 밝히자 청와대는 이를 그대로 믿어버렸다. 결국 동북아위는 김 사장에게 S프로젝트 자문을 구했으며 이를 포함한 서남해안 개발 계획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도 있다.
◆ 신뢰 회복 전전 긍긍 = 잇단 ‘게이트’에 따른 국민 불신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대통령 리더십에 손상이 올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리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의혹 사건의 재발 방지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조속한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 임기 전ㆍ후반기 교체점인 금년 8월을 전후해 공직자들의 기강을 점검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능력과 도덕성, 개혁성을 갖춘 인사를 각계에서 널리 구하는 인사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해 수습할 수 있는 점검 시스템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당의 구심력 확보도 필요하므로 ‘당ㆍ청(黨靑)분리’ 원칙의 보완 작업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대통령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정무적 판단이므로 정무적 보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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