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은행권이 여러 과세 문제들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8개 시중은행은 지난 23일 국세청에 “엔화스왑 예금과 관련한 당국의 수정신고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엔화스왑 예금은 원화를 엔화로 바꾸어 예금한 뒤 다시 원화로 환전해 돌려 받는 금융상품. 이자와 함께 환차익도 볼 수 있어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국세청이 최근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은행들에 대해 ‘소득세를 반영해 다시 신고하라’고 해서 논란이 되어 왔다. 이에 은행들의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 은행권은 엔화스왑 과세에 대응하기 위해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은 가운데 국세심판원 심판청구와 행정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은행들이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에게서 후순위채권을 고가로 매입한 것도 과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농협 등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에서 은행들이 환란 당시 부실채권을 자신들이 세운 SPC에 매각한 뒤 그 일부를 후순위채권 형식으로 시가보다 고가인 액면가로 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그 과정에서 은행이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을 찾아내고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내은행들이 지난 1999~2003년 매입한 후순위채권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알려져 ‘과세 가능’결론이 내려질 경우 또 한 차례의 ‘세금 파동’이 예상된다.
이미 법적 대응 단계로 번진 사안도 있다. 국세청은 삼성자동차(현재 르노삼성차) 채권은행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담보조로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저가로 회계처리했다고 판단, 지난해 이들 은행에 270여억원의 법인세 추징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5개 은행은 “무리한 과세”라며 국세심판 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국세청과 은행권의 이 같은 충돌은 양측간에 대화 부재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소모전이라는 지적이다. 엔화스왑 예금의 경우 은행권은 “‘비과세 상품’이라는 국세청 판단을 미리 얻은 뒤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은행권은 세무상담센터 등을 통해 컨설팅 형식의 문의를 해 온 것일 뿐이며 이 경우 답변에 법적 효력이 없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논란거리는 양측간에 사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면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사안”이라며 “국세청과 은행권 사이에 공식적인 협의채널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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