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옛 일본군 2명을 만나기 위해 현지에 급파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29일 “면담 예정일이 3일이나 지났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60년만의 귀국을 기대하며 들떠 있던 일본 국내에서는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필리핀 현지에서도 사망설이 유포되는 등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중개역을 맡고 있는 일본인 사업가와 전화로 연락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까지는 중개역 자신도 2명의 옛 일본군과 직접 만나지 못했으며 사진이나 서류 등으로도 확인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일본인 중개역은 전날 일본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2명은 현재 게릴라가 점령하고 있는 산악지방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동안 게릴라와의 극비 교섭을 통해 이들의 귀국을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면담 전날 이들의 존재를 언론에 공개해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를 본 게릴라들이 몸 값을 당초보다 몇 배나 올려 달라고 다시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일본인 중개역은 30여년 동안 현지에서 고용해온 필리핀 직원을 통해 옛 일본군과 관련된 조사를 계속해 왔으며, 이번의 2명도 필리핀 직원이 만나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군 2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마을의 대표는 “그들은 이미 죽었다”고 주장했으며, 이들이 이미 오래 전 일본으로 귀국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민다나오섬을 담당하는 필리핀 정보당국의 한 관리도 “정보가 날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27일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것으로 돼있던 2명이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생존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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