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문단에서 뜨거운 감자였는데, 이젠 차가운 감자에요. 요새말로 왕따죠, 왕따.”
마광수(연세대 국문ㆍ54) 교수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1992년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 출간으로 인해 음란물 제조죄로 구속된 이후 생긴 우울증이 지금껏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살이 점점 빠지고(5년 전보다도 무려 10kg이 빠져 53kg이란다), 이젠 당뇨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술은 의식적으로 안 하려고 하는데 담배는 더 늘었어요. 하루에 보통 두갑 반을 피우네요.”
당시에는 세상에서 버려졌다는 소외감과 배신감으로 죽고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98년 연세대에 복직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정상 생활로 복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을 겁내 하는 그를 18년 친구 이목일 화백이 ‘이목일 마광수 2인전’으로 끌고 나왔다. 이 화백은 “설득하는데 많이 애 먹었다”고 토로했다.
91년 ‘마광수 이목일 이외수 이두식-4인의 에로틱 아트전’이 후 두 번째 공동 전시회다. 마 교수는 이 화백의 도움으로 95년에는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간단치 않은 그림 실력을 갖고있다.
전시 주제는 ‘자연과 생명, 그리고 성과 본능’. 마 교수는 ‘사랑’ ‘키스’ ‘기다림’ 등 최근 10년간 그린 판화와 유화, 문인화를 내놓았다. 굵고 간결한 라인으로 남녀를 그린 문인화에는 ‘음탕음탕 섹시섹시 끈적끈적 무시무시’라는 글을 달았다. 성문화의 금기를 깨뜨리고 억압을 풀고 싶어하는 마 교수의 ‘일관된’ 정신세계가 드러난다.
전시회는 6월1일~7일 서울 인사갤러리에서 열린다. 4일에는 ‘예술과 카타르시스’라는 주제의 마 교수 강연도 잡혀있다. 그는 최근 철학 에세이집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를 낸 데 이어 소설 ‘광마잡담’ 출간도 앞두고 있다. 올해 말에는 시집을, 내년 초에는 또 다른 소설을 낼 계획이다.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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