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인 D건설이 공사비용으로 거둬들인 금액에서 1,000억원 이상을 남겨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시공사나 조합측이 수백억원에 대한 세금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D건설은 1995년 서울 강서구 화곡주공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시공사에 선정된 뒤 2000년 3월부터 2003년 9월까지 분양 등을 통해 조합원 및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사비로 총 3,800억원을 걷어 들였다. D건설은 이를 통해 99년부터 3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2년 10월 4만7,000여평의 대지에 50개 동 32~71평형 2,176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완공해 모두 분양했다.
D건설 측은 공사가 끝난 뒤 당초 걷어들인 공사비가 남았을 경우 조합 측에 되돌려 줘야 하는데도 관할 강서세무서에는 총 비용을 2,600억원으로 신고했을 뿐 차액인 1,200억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200억원의 거액이 서류상에서도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이고, 조합 측은 돌려 받아야 할 차액을 한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 시공사는 공사비용이 남게 될 경우 조합 측에 돌려주지 않기 위해 세무당국에 공사비용을 부풀려 신고 하는게 관행인데 이번 경우는 오히려 거액을 축소 신고한 점으로 미뤄 조합 측과 사전에 이면 거래가 있었던 데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달 초 강서구 화곡동 조합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를 모두 수거해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D건설에 대해서도 은행계좌 3곳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건축 비용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 받아 관련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조합원 분의 아파트 10여 채가 건설사 및 조합 간부들에게 특혜 분양된 정황 ▦조합 측이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조합의 일부 임원들에게 한 달에 100만~300만원 씩을 수개월간 지급한 내역 ▦D건설이 확보한 자금 중 일부가 현금으로 인출된 정황 등에 주목, 조합 간부들과 시공사 측과의 담합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D건설 측은 경찰에서 “공사비를 가정산한 결과 신고액수보다 500억원이 많은 3,100억여원이 소요돼 3,800억원과의 차액은 700억원 정도”라고 밝히고 “700억원 정도의 차액도 공사와 관련된 용도로 모두 정당하게 지출했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공사비용이 시공사측 답변대로 정당히 지출됐는 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걷어들인 금액과 실제 공사에 소요된 금액이 수백억원의 차이가 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나 조합 측에서 세금을 탈루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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