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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신문은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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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신문은 사라질 것인가

입력
2005.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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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극점을 밟아 산악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룬 박영석씨가 TV에 나와 남극과 에베레스트산을 포함한 지구 3극점 등정담을 얘기하며 “고정된 남극대륙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북극을 탐험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고 말했다.

바다에 뜬 거대한 북극 얼음판이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걸었는데도 위치추적시스템(GPS)을 보면 북극점에서 더 멀어져 버리는 날도 있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신문산업에 몸담고 있는 언론인들의 심경도 GPS가 원망스러웠을 박씨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뒤로 밀려난 것을 알았을 때의 곤혹감 말이다. 독자들도 이미 느끼겠지만 종이 신문은 인터넷과 그 파생매체의 출현으로 영업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파생매체의 도전 직면

근래 신문영업의 변화를 상징하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첫째, 퇴근시간에 맞춰 지하철이나 거리의 가판대에 깔리던 '내일자 조간신문'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인적ㆍ물적 투입에 비해 수익이 없으니 신문사가 가판 제작을 중단한 것이다. 둘째, 신문 1면의 아랫쪽에 얌전하게 누워있던 광고가 강남의 타워팰리스처럼 지면의 중앙을 향해 솟구치는 변형광고가 흔해졌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도발’이다. 신문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에 비례해 광고주의 발언권이 높아졌음을 상징한다.

어떤 사람은 신문시장의 위축을 보수신문의 신뢰상실 탓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진보적 신문은 날개돋친 듯이 팔려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니 역시 언론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옳다.

미국에서도 신문산업의 위기감은 상당한 모양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발행부수도 크게 줄었다. 뉴욕타임스 발행부수는 110만부인데 온라인 서비스를 찾는 사람은 하루 140만명이다. 그래서 온라인 서비스의 유료화를 검토하다 고객의 거부감과 대체언론을 이길 자신이 없어 유명 컬럼니스트의 글만 유료화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제품의 성격상 신문은 원가가 많이 든다. 좋은 기사를 취재하고 쓰려면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소양을 갖춘 기자 수백명을 계속 재교육시키며 유지해야 한다. 종이 값과 배달료는 얼마나 비싼가.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필립 에반스 부사장은 21세기에 가장 위기에 처할 산업의 하나로 신문을 꼽았다. 잡화점식 정보서비스를 하는 일간신문이 인터넷의 발달로 광고수입이 줄면서 몰락의 운명을 맞게 된다는 요지였다. 혜성같이 나타난 뉴미디어 개척자들은 종이신문 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큰 소리친다.

-종이신문의 역할은 대체 못해

그럼 온라인 뉴스가 종이신문을 대체하게 될까. 어쩌면 50년 후 사람들은 신문보다 더 나은 정보 서비스를 받으며 박물관에 전시된 종이신문을 신기하게 구경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 없는 종이 신문의 특징과 매력과 낭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종이신문 옹호론자들은 감성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종이신문 기사의 특징을 들며 다른 어떤 매체로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보의 홍수에 파묻힌 사회일수록 양질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얻는 일이 중요해진다. 종이 신문은 이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앞두고 언론지형의 변화에 관심을 가진 독자와 함께 종이신문의 미래를 잠시 생각해봤다. 성공한 벤처 기업인 정문술씨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문을 정말 열심히 읽으면서 회사운영의 앞날을 찾아갔다."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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