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순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터진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발언이 양국 정상의 회동에 작지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7일 한국 정부는 야치 차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다. 일본측 추가 조치를 지켜보고 관계 기관간 협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 내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강온 두 시각이 여전히 교차하고 있다.
이번 유감 표명에 대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오해를 초래했다면 유감”이라는 애매하고 무책임한 표현이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또 주의라는 가벼운 조치도 걸리는 표정이다. 그래서 선뜻 수용하기 어렵고, 여론 동향을 더 살피겠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야치 차관 유감 표명 후 한때 검토됐던 외교부 논평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을 좀 더 압박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징후들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일관계의 심각한 내상(內傷) 때문에 쉽사리 갈등 봉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한미 정보 공조 불안 등에 관한 야치 차관의 거침없는 발언은 돌발 변수가 아니라 그간 심화해온 한국과 일본간 인식차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바로 얼마 전까지 일본 외무성의 분위기가 “발언 내용이 뭐가 잘못됐냐”는 식이었던 것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물론 사과를 유감표명으로 대신하는 외교 관행, 일본 직업외교관의 최고직위인 사무차관이 이례적으로 ‘주의’를 받았다는 점 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일본측 반응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은 한일관계와 한일정상회담을 중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 당국자는 “한일 관계에는 산도 있고 강도 있어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암초를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의 사과 요구는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본측이 성의를 보여달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의 성의가 쌓이면 호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이해는 일치한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문제에서 일본과 공조할 부분이 있고, 다음달 1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한일회담은 중요하다. 중국과 껄끄러운 상태인 일본으로서도 한국과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않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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