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유지되고 있으나 과거 관련국 회담은 한국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3자 또는 4자 회담이었다. 때문에 주요 이해 당사국이면서도 여기에 끼지 못했던 일본은 회담 결과를 직접 알 수가 없는 처지였다.
하물며 회담을 취재하는 일본 언론들이야 더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국제무대에서 벌어지는 열띤 취재경쟁에서 일본 기자들은 회담 당사국 기자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을 면할 수 없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한 4자 회담이 열리는 동안 일본 특파원들이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간접 취재까지 벌이며 애쓰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런 경우 뿐 아니라 예전에 북한에 관한 정보나 보도는 대개 한국 쪽 소스가 유력하게 취급돼 온 경향이 강했다. 위성 정보나 전자 정보에 관한 정부 간 우열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정부 당국자를 통한 정보 유통은 한국 언론의 보도가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동맹관계의 한국과 미국이 북한정보를 긴밀히 공유해 오던 관례와 체제 때문에도 더 그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북한에 관한 한 정보의 접근성은 아무래도 한국 언론이 일본 언론보다는 여건이 나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미관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논란이 생기면서 양국 사이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의문도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그 주요 방증 중 하나로 지난 19일 일본 아사히 신문의 워싱턴발 특종보도를 꼽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아사히 기사는 미 국무부의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가 뉴욕의 주 유엔 북한대표부를 극비 방문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보도가 나가자 백악관이 이를 확인했고, 주 일본 미국대사관도 즉각 공식성명을 발표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 사이 우리 정부 당국의 엉거주춤했던 모습은 어색한 대조를 이루기도 했지만, 더 눈에 띠었던 것은 민감한 시기 북미 간 접촉 내용이 과거와 달리 모두 일본을 매개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차관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들어 북한 정보 공유의 문제를 지적한 발언에 정부가 발끈하고 있다. 그가 망언을 한 건지, 우리가 망신을 당한 건지 간에 한미일 사이가 이상해 진 것만은 틀림없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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