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출산율 1.19명, 서울시 출산율 1.00명. 대표적 저출산국인 일본(1.32명)보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도 보기 힘든 요즘 여러명의 자녀를 둔 부부는 뭔가 별종 취급을 받기 십상. 하지만 서울시에만 1,482 가정이 자녀를 5명 이상 두고 있다. 이 중 36가정(251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많을 ‘다(多)’자, ‘다둥이 가족’이다.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둥이 가족 초청행사’ 에 참가한 이들에게서 가족애, 형제애 등 잊혀져 가는 대가족의 미덕을 흠씬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가족은 11남매를 둔 동대문구 제기동의 남상돈(40) 이영미(40)씨 가족. 이들 부부는 결혼 직후인 1988년 장남 경한(18)을 시작으로 갓 돌을 지난 막내 ‘똘이’(아명)까지 거의 매년 아이를 낳아 6남5녀를 뒀다. “왜 이다지도 많은 아이들을…”이라고 묻자 남씨 부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를 낳는 것은 훌륭한 투자”라며 “나중에 이들이 자립해 어울려 살아갈 모습을 상상만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 경동시장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식당에 딸린 방 3개 30평 정도의 전셋집에 살고있다. 남씨 가족은 아무리 아껴도 생활비, 학비로 매달 300~400만원이 든다고 했다. 과자 하나만 사들고 와도 싸움이 나기 일쑤고, 이사 한 번 하려면 집주인들에게 사정사정을 해야 하지만 많은 자녀를 둔 것을 후회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냐’는 주위에 물음에 남씨 부부는 오히려 “아이 하나 둘에 매달려 끌려다니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다” 며 “많은 형제자매들이 서로 어울리다 보면 자기 일도 스스로 하고, 형 누나들이 부모 역할을 해 오히려 부모 노릇하기가 편하다”고 자랑을 했다.
남씨는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 갈 때 팔 다리를 주물러 주기위해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드는 순간의 행복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참가 가족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발표한 한ㆍ일 부부 김태산(40) 사미지준꼬(40)씨 가족은 독특한 다산(多産)철학을 갖고 있다. 2남3녀를 둔 이들 역시 용산구 한남동의 10여평 다세대 주택에 살 정도로 형편은 넉넉하지 못하다. 자신 역시 5남매의 장남인 김씨는 ‘부모의 보살핌에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는 방법은 부모 노릇을 잘 하는 일’이라는 불경구절에 감명받아 많은 자녀를 낳기로 결심을 했다. 아이를 잘 낳고 기르기 위해 김씨는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던 95년 담배와 술을 완전히 끊었다.
김씨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1~2명만 낳으면 지금은 편할지 몰라도 20~30년 지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느니 지금 많이 낳아 잘 기르는 일이 훨씬 현명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가족 마술단인 안양마술극단의 마술쇼와 가족화합을 위한 게임 등을 관람한 이들 ‘다둥이 가족’들은 한결같이 “가정은 지상의 천국, 자녀는 인생의 선물”이라고 말하며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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