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르바나 / 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 나무처럼.
● 바람의 딸 샤바누 /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사계절.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성 방송진행자가 너무 나댄다는 이유로 살해되었고 오빠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짧은 내용으로 사건의 전말을 알 수는 없겠지만 여성에 대한 가혹한 억압을 가져온 그들의 전통적 가치관과 배경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탈레반 정권 아래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은 남자들이 동행하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다. 아버지가 영국 유학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가면서 가족 중 아무도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열한 살 소녀 파르바나는 남장을 하고 시장에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일을 하며 세상을 접하고, 헤어진 가족을 찾아가는 길에서 파르바나는 점점 삶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파르바나’가 국외자의 눈으로 전쟁의 참상, 여성과 아동의 열악한 인권 등 그곳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바람의 딸 샤바누’는 그들의 삶에 눈길을 준다.
샤바누는 파키스탄의 촐리스탄 사막에 사는 유목민의 딸이다. 약혼하면 바깥출입이 금지되고 집안일을 배우다가 초경이 시작되면 결혼하는 것이 그네들의 전통인데 그녀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열세 살에 이미 아이가 아니라 여인이고 서른도 되기 전에 할머니가 되는 삶을 거부하고 싶은 샤바누가 가장 동경하는 사람은 샤르마 이모다. 이모는 아들 없는 집의 둘째 부인으로 시집가서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남편이 때리자 집을 나와 딸과 함께 사는 강인한 여성이다.
언니의 결혼식을 위해 온 가족이 사돈이 사는 곳으로 간다. 그런데 사돈집 농토 주인의 강간을 피하기 위해 샤바누가 그를 모욕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언니의 약혼자를 죽인 지주는 이제 물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샤바누는 쉰 살이 넘은 지주 형의 넷째 부인이 되어야 한다. 가족을 위해 팔려가는 결혼을 거부하고 달아난 딸을 붙잡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는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사바누는 나중을 위해 열정을 아끼고 마음을 잘 감추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여 여러 부인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와 남편을 지키라는 이모의 조언을 떠올리며 자기의 앞날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바람의 딸 샤바누’의 작가 스테이플스는 오랫동안의 서남아시아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모래폭풍, 물을 따라 이동하는 사막에서의 생활과 낙타 짝짓기나 새끼 낳는 장면, 종교의식, 축제, 결혼과 장례 등 그곳 문화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엮었다. 청소년 독자들이 읽고 삶의 방식은 달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타인에 대한 판단에 좀더 신중하지 않을까.
** 강은슬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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