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이 외화자금이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서로에게 지원하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빌려줄 수 있는 한도는 한·일간 30억 달러, 한·중간 40억 달러로 책정됐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27일 한은 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자간 통화스와프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달러) 일변도의 세계금융질서 하에서 한·중·일 중심의 동아시아들이 독자적 위상과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려는 시도는 미국의 반대로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협정을 통해 3국간 협력의 긴밀도는 한층 공고화하는 분위기다.
통화스와프 계약이란 자금부족 사태가 빚어질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 혹은 달러화를 지원 받는 것이다.
예컨대 한은과 일본은행 간에 체결된 30억 달러 통화스와프의 경우, 우리나라가 갑작스럽게 외화자금 부족상황에 직면하면 한은이 3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일본은행에 맡기고 대신 30억 달러에 해당하는 엔화를 받게 되는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30억 달러 규모의 엔화를 한은에 맡기고 원화를 가져갈 수 있다.
1990년대말 외환위기 충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한국 중국 일본 및 아세안 회원국들은 2000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합의(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 따라, 위기시 외환보유액을 상호 지원하는 양자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20억 달러) 중국(20억 달러)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이상 각각 10억 달러) 등 6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이미 체결한 상태이다.
이번에 일본과는 기존 20억 달러와 별도의 다른 용도로 30억 달러를 신규 설정하고, 중국과는 한도를 40억 달러로 증액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 규모는 총 13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과 체결한 30억 달러 통화스와프는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상호 지원하는 종전 스와프 협정과는 달리 평상시에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협정은 달러 아닌 원·위안·엔 등 자국통화로 상호 지원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정함으로써, 적어도 3국간에는 달러의존에서 벗어나 통화 교류를 확대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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