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동네북 신세.’
지난 두 달 사이 강동석 장관과 김세호 차관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하며 곤욕을 치른 건설교통부가 추병직 신임 장관까지 대통령, 총리, 여당 의원에게 잇달아 질책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4일 취임한 추 장관은 27일 열린 건설교통 분야 당정협의에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로부터 공공임대주택 부도 사태를 비롯해 공공기관 이전, 행담도 및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정책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앞서 추 장관은 20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23일 국무회의에서는 이해찬 총리에게 각각 공공임대주택의 운영 실태와 부실한 후속 대책에 대해 심한 질책을 들었다. 장관이 청와대 보좌관들과 국무의원들 면전에서 한 정책 사안을 놓고 연이어 질책을 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추 장관이 정치권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자 건교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관을 신임 초기부터 너무 몰아 붙이는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부는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건설 등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심지어는 타 부처와도 사안별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는 항변이다.
참여정부가 공개적을 표방한 ‘부동산 가격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병립하기 힘든 정책 사안을 동시에 다루다 보니 상호 모순된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문제만 하더라도 부도난 단지들이 외환 위기 때 쓰러진 게 대부분인데, 민간부분의 손실을 어떻게 정부가 다 보전해 줄 수 있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외부 상황은 건교부의 입지를 난감하고 하고 있다. 김세호 전 차관의 사임까지 몰고 온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산하기관인 도로공사도 ‘행담도 개발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외환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 개발을 주관하는 부서로 가뜩이나 각종 이권과 관련된 부서로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장ㆍ차관과 산하단체의 특혜 의혹 사건이 거푸 터지자 건교부 직원들은 건교부가 이권과 특혜의 온상으로 낙인 찍힐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 건교부 차관으로 건설ㆍ교통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재경부 출신의 김용덕 관세청장이 임명되자, 내부 승진을 기대했던 직원들조차 ‘최근 건교부의 상황을 비춰보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조하는 분위기다.
건교부 한 간부는 “최근 안팎의 우환으로 부 전체가 침체돼 있어 환골탈태하자는 의미에서 장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신무장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국토교통부로 명칭 개칭을 앞두고 내주부터 장관과 직원간의 대화, 확대간부회의 및 직급별 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정책 실패가 나오지 않으면서, 정책의 품질은 높이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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