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쯔청 지음ㆍ이우재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5만원
세계 제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700쪽에 육박하는 ‘중국의 세계전략’을 특별히 주목하는 건 저자가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베이징대에서 중국 외교학 및 외사관리계 주임교수로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는 중국인 스스로 중국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예쯔청은 ‘중국은 세계 대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놓고 이야기한다. 광활한 영토와 막대한 인구,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급성장을 거듭하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국제정세나 지정학적인 형편도 유리하다. 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세계 강대국과의 협력이 요긴하다는 점을 그도 인정한다. 이 책은 그런 협력방안을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상정하고 있다.
물론 핵심은 대미 전략이다. 저자는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거나 동맹할 여러 상황의 가능성을 따져보면서, 중국은 양국관계가 상대적으로 정상과 안정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내 반중세력에 대한 경계심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미국이 대결을 강요할 경우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보다 중국이 앞서서 미국과 대결하려고 하지 말고, 설사 미국의 문제로 중미관계가 악화했을 때도 중국이 자제해서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러시아와는 동반자 관계를, 유럽과는 힘의 균형과 다자화를, 일본과는 상호 인정하는 협력관계를, 인도와는 성장의 동반자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중국 인접국 중에서 소위 중국 위협론의 영향이 가장 작은 나라가 한국’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고 ▦한반도 남북 두 개 국가를 평등하게 상대하는 정책을 계속 실행하면서 정치ㆍ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비핵화를 지지할 것을 강조했다.
예쯔청은 대외 관계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중국이 세계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위협요인은 실은 내부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장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인재와 과학기술, 교육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나아가 만연한 부패와 치솟는 실업, 공동화하는 농촌, 지역 편차와 빈부 격차 등 당면한 문제를 적절히 헤쳐나갈 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원서는 2002년 중국서 출간됐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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