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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툼 여지 있지만 외교는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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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툼 여지 있지만 외교는 계속해야

입력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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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관계가 다시 한번 뒤틀리고 있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자초지종은 차치하고 한동안 잠잠하던 양국 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던졌다.

그에 대해 한국 정부가 크게 반발한 가운데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무성 장관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흐리는, 문제성 발언을 했다. 더욱이 모리오카 마사히로 후생노동성 정무관(차관급 정치인)은 “A급 전범은 죄인이 아니라 불공정한 도쿄전범재판에 의해 전범이 됐다”는 헛소리까지 했다.

우이 중국 부총리의 돌연한 귀국으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곤두선 일본 정계의 정서적 불안정을 드러낸다. 총리를 지낸 사람과 외교 책임자가 한중 양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데서 무신경과 오만을 읽게 된다.

특히 모리오카 정무관의 발언은 정치인 개인의 발언이라 치더라도 자민당 내부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확인시킨 점에서 우려와 불쾌감을 던진다. 일본 정계의 사려와 분별을 촉구한다.

한편 야치 차관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한미,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만 그의 말대로 선의의 우려를 전한 것이었다면 외교부 차원의 유감 표명 정도로 충분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 아무런 여지를 남기지 않는 비외교적 대응에서 외교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 청와대의 무신경을 확인시킨다.

더욱이 20여 일 후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을 은근히 걸고 넘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외교란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것이고, 정상외교는 그 꽃이다. 갈등을 이유로 외교 자체를 포기하려 드는 나라에 국제사회가 신뢰를 가질 수는 없다. 현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의 정상회담을 위해 활발한 물밑 준비에 나서는 것이 청와대나 외교부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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