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아요. 졸업한 뒤 좋은 회사 취직해서 동생들은 꼭 대학에 보낼 겁니다.”
관절염으로 걷지 못하는 할머니(80), 정신지체에 몸까지 성치 않은 어머니(50)에, 어리기만 한 여동생 둘까지 건사해야 하는 처지지만 늘 표정이 밝다. 올해 충북학생효도대상 ‘섬김상’ 수상자인 정선화(17ㆍ옥천상고3)양. 할머니, 어머니를 보살피고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소녀 가장’이지만 가족을 원망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이모조차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맡기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권했지만 선화양은 한사코 손사래질을 했다.
중학교 때는 방과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탰지만, 시내버스가 일찍 끊기면서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어 지금은 순전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생활해야 한다. 옥천읍내로 이사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어머니 때문에 단념했다. 시내버스에서 내려서도 40분을 걸어야 하는 산골마을의 낡고 오래된 집에 기댈 수밖에 없다. 친구들처럼 대학 진학을 꿈꾼 적도 있지만 선화양은 가족의 생계를 챙기는 ‘가장’이 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졸업 후 보수가 좋은 회사에 취직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잘 보살피겠다는 생각 뿐이다.
언니를 돕기 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중학교 3학년인 둘째와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의 대학 학비만큼은 꼭 장만해주겠다고 다짐했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2년 동안 70시간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특기 적성인 국악에서 6차례나 상을 받는 등 매사에 적극적이고 낙천적인 선화양.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려울 때마다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조언자이기도 하다.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모두 소중한 제 가족들이잖아요. 힘들지 않아요. 서로 아끼고 열심히 살면 그게 행복이잖아요.” 차분하면서도 구김살없이 말하는 선화양의 웃음이 5월의 햇살만큼 맑았다.
청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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