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국제문학포럼 폐막과 함께 발표된 ‘서울평화선언’은 “우리는 평화가 대화와 화해, 용서로부터 태동한다고 믿는다”는, 덤덤한 듯 웅장한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문학적 개성과 지적 자존심으로 돌올(突兀)한 이들이다.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국문 A4 한 장짜리 문안을 두고 긴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해서 ‘선언’은, 그 자체로 ‘다름의 조화’라는 평화의 한 전범으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번 ‘선언’은 서명에 참가한 78명 못지않게 불참한 3명에 의해서 더욱 무게를 얻고 있는 듯하다.
동구의 한 작가는 형식의 구태의연함을 들었다. 그는 다양한 것들을 집단화 하려는 것은 50년 전의 낡은 방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자신은 지금껏 혼자였으며, 단 한 번도 서명 형식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 다른 이는 ‘테러리즘’에 대한 거부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았다. 그는 테러리즘에 대한 언급 없이 전쟁 종식만 촉구하는 것은 ‘반미(反美) 선언’일 뿐이라며 끝내 펜을 들지 않았다.
미국 작가 로버트 하스는 선언 4항 ‘부당한 차별의 철폐와 모든 인간을 위한 평등한 권리와 혜택(benefit)’에서 ‘혜택’이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푸는 시혜를 의미하며, 그 자체가 차별을 함축한 단어라며 문제를 제기한 뒤 막판에 서명했다. 독일 시인 볼프 비어만도 만찬에서 “나는 제국주의나 나치즘에 대항한 전쟁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의에 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한 만큼 소신을 접겠다”며 뒤늦게 동참하기도 했다.
이로써 서울평화선언은 탄생했다. 거기에는 소신의 다름으로 하여 ‘선언’의 주인 되기를 포기한 이들의, 누구보다 뜨거운 평화에의 열정이 내포돼 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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