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수위를 낮추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위안화 절상의 역효과에 대한 경고가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미 정부가 중국에 페그제(고정환율제) 폐지와 변동환율제 채택 요구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미 정부는 위안화를 지금보다 10~15%를 절상하면 페그제 유지를 용인한다는 입장을 중국에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다우존스도 “6개월 안에 최소 10% 평가절상”이 미국의 정리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관측을 확인했다. 그는 “변동환율제는 중국과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10월 다음 환율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무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조속한 페그제의 폐지와 위안화 절상이란 종전 요구에 비춰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최소 25% 평가 절하돼 있다고 분석해왔다.
미 정부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다양하고 또 복합적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버티기에 대한 미 정부의 ‘계산된 조정’이란 시각으로 풀이했다. 2년간의 압박에도 요지부동인 중국에는 우선 수용 가능한 제안을 하는 것이 실용적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 17일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의회 반발을 무릅쓰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환율정책 변경이 그다지 실익이 안 된다는 점도 입장선회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의 해결책으로 중국을 압박해왔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6,517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6,591억 달러로 작년 한해 2,150억 달러가 늘어났다.
하지만 막상 위안화가 절상되면 무역적자 해소 효과는 적고 오히려 수입가격 인상으로 미국 물가압박 요인만 커질 수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경고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최근 위안화 절상효과에 의문을 제시하며 이 논리에 동참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도 “중국의 변동환율제 채택은 미 재무부와 일부 금융기관만 재미를 볼 뿐”이라고 주장했다.
수정된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지에 대한 전망은 아직 회의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4일자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비공식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의 10% 인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신문은 중국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절상 폭을 3~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계속 버틸 경우 미국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만 키워줄 수 있다는게 부담이다. 미 상원에선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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