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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재즈프레소] 전제덕,그를 다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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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재즈프레소] 전제덕,그를 다시 듣는다

입력
200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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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의 하모니카에 김창완이 기타로 화답했다. 아니, 명그룹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의 기타 연주를 전제덕이 기타와 노래로 맞았다. 지난 14일 강원도 평창으로 옮겨 와 열었던 SBS 라디오의 공개 프로그램 ‘작은 음악회’ 현장은 뜻밖의 큰 감동이 맑은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제덕아, 그 기타 소리 좋아? 그럼 너 가져.” 기타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로부터 6년 전 선물 받은 이래 아껴 오던 타코마 기타가 새 주인을 찾아가는 순간이었다.

정신 없이 공개방송을 끝내고 출연자와 제작진이 참석해 펼친 뒤풀이 마당. 맑은 공기 속 김창완의 목청은 왕년 그대로였다. 산울림 마니아인 숭실대 장원재 교수가 그 벽촌까지 따라 온 것을 본 김창완은 흥에 겨워 뒤풀이에서 즉석 무대를 펼쳤다. 산울림의 히트곡들이 언플러그드 버전으로 30여분 흘러 나왔다. 바로 그 자리에 전제덕이 게스트로 있었다. 사람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저한테 ‘쉘부르의 우산’을 청하더군요. 내친 김에 김창완씨의 ‘안녕’까지 연주했어요. 기타 반주에 참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산울림의 히트곡이 청아한 하모니카 선율로 흘러 나왔고, 뜻밖의 선물에 신이 난 사람들은 전제덕의 노래를 청했다. 첫 앨범 ‘전제덕’과 콘서트 등을 통해 하모니카 못지않은 그의 노래 실력을 이미 아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에 전제덕은 김창완의 기타를 빌려 코드를 잡더니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으로 화답했다. 이번에는 김창완이 가만 있지 못 했다.

“야, 멋있다”더니, 그는 자신이 치던 기타를 전제덕에게 덥석 안겼다. 깨진 케이스에 공들인 세월의 부피가 여실히 살아 있음을 전제덕은 마음의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고즈넉한 평창의 밤을 흔든 즉흥 콘서트는 밤 11시부터 자정을 넘겨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전제덕과 김창완은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 해 소주, 맥주를 서로에게 두서 없이 권했다. 음악과 술의 장르를 허문 노소동락의 밤이 깊어 갔다.

전제덕은 그 날의 대선배를 이렇게 말한다. “잔뜩 마셨는데도 이 말씀만은 잊혀지지 않아요. ‘음악 할 때, 젊은 사람들은 힘이 넘쳐 자칫 오버(over)하기 일쑤다. 그러니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을 하라’던.” 맹인 재즈 뮤지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했던 말도 가슴에 남아 있다고 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 하는 사람, 그게 프로라는 말이었죠.”

전제덕은 6월3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다시 콘서트를 연다. 제목은 ‘마음으로 부는 하모니카’.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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