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6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중정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확인함에 따라 양국간 외교마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중간조사 발표 이전에 외교채널을 통해 프랑스 당국에 내용을 통보하고 이해를 요청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프랑스측은 “아직 조사가 완결되지 않았으며, 사건 자체가 1979년 10월로 26년전의 일이며, 한국 상황을 볼 때 사건 당시의 정부와 지금의 정부가 다르고,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인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검토한 후 정하겠다”고 밝혀 최종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이로 미뤄 프랑스측은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의 주요언론들도 국내 매체를 인용해 사실보도를 하고 있을 뿐 뚜렷한 논평을 달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내법의 공소 시효도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프랑스 영토에서 우리나라 정보요원이 자행한 잔혹 범죄라는 점에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 대응 수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위 외교관인 주 프랑스 공사가 직접 개입했다는 발표 결과는 반 한국 정서를 부추길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최악의 경우 프랑스 당국이 사건 조사를 위해 생존한 범인들의 신병 인도요구를 할 수도 있다.
과거 유사한 사례로 볼 때 주재국 정부는 형식적이라도 이 같은 요구를 하고 항의를 함으로써 사법관할권을 확인해 왔다. 1974년 8월15일 문세광의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 당시 우리 정부는 배후로 지목된 김호룡 재일총련 오사카(大阪) 이쿠노니시(生野西) 지부 정치부장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일본측에 요구한 바 있다.
또 일본측도 1973년 8월8일 도쿄(東京) 그랜드팔레스 호텔에서 자행된 김대중 납치사건의 범인으로 정보요원이었던 당시 주 일본 대사관의 김동운 1등서기관을 지목,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부해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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