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발언 파문으로 한일관계가 또 냉각되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므로 일본이 얻은 북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기 힘들다”는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 관례상 무례하고 무책임한 언동”이라며 일본 정부에 문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외교부도 이규형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한 데 이어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내달로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 정부는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의 대응에 따라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악화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과와 함께 야치 차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이 조정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견과 마찰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 3자인 일본의 고위 외교관리가 한미 신뢰관계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본분을 넘어선 무책임한 언행이자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내의 보수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과도할 정도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이 한미관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야치 차관의 무례하고 주제넘은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차원의 적절한 조치 없이는 원만한 한일관계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미, 대일관계에서 어떤 허점을 보였기에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한미간, 나아가 한미일 간 공조에 빈틈이 없었는지를 돌아보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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