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시내전화와 PC방 인터넷 전용회선 가격담합 사건과 관련해 KT에 단일 기업으로는 공정위 사상 최고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5일 전원회의를 열고 가격 담합에 가담한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3개 업체에 대해 각각 1,159억7,000만원과 24억원, 14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공정위 실무 심사관들은 전원회의에 앞서 KT 1,776억원, 하나로텔레콤 32억원, 데이콤 20억원 등 총 1,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26일 새벽까지 계속됐으며 가격담합 여부와 과징금 액수를 놓고 공정위와 KT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KT는 “하나로텔레콤과의 담합행위는 2003년 말부터 사실상 합의가 파기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키로 하는 등 강력 반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과징금은 2000년 5개 정유사에 총 1,211억원을 부과했던 기록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특히 KT에는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돼 경영상의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 주가는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사실이 이미 예고돼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정작 이날은 0.88% 소폭 하락에 그쳤다.
공정위 조사단이 제안한 업체별 과징금은 KT의 경우 시내전화요금 가격 담합과 관련 1,130억원, PC방 인터넷전용회선 이용료 담합 29억7,000만원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시내전화 21억5,000만원, PC방 인터넷 전용회선 2억5,000만원이며, 데이콤은 PC방 인터넷전용회선 부문에서만 14억8,000만원이다.
하나로텔레콤의 과징금이 예상보다 적게 나온 것은 담합 조사 때 공모자보다 먼저 사실을 인정하고 자료를 공개할 경우 처벌을 경감해주는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와 하나로 간의 감정대립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KT와 하나로텔레콤은 KT가 매년 시내전화 시장의 일정부분(점유율)을 떼어주는 대신 하나로텔레콤이 요금을 인상하기로 담합했다.
또 PC방 인터넷전용회선 업체들은 종합유선방송업체들이 통신업체로부터 싸게 빌린 전용회선을 이용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용회선 요금인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KT 관계자는 “그 동안 업계 특성상 통신요금 조정은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를 통해 이뤄져 왔는데,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공정거래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국제전화, 시외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3개 분야의 담합사건에 대해서는 이르면 다음달 전원회의에 상정해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이 2002~2004년 시내전화, 시외전화, 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 PC방 인터넷전용회선 등 5개 분야에서 담합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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