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납’이냐 ‘강탈’이냐로 주장이 엇갈렸던 1962년의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사건의 실체도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 국정원 과거사위가 26일 고(故) 김지태 삼화고무 사장의 부일장학회 기부승낙서가 일부 변조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과거사위는 이날 변조 의혹이 제기됐던 기부승낙서의 날짜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6월 20일에서 30일로 변조됐음이 확인됐다”며 “20일은 김 사장이 구속중일 때이고 30일은 석방된 이후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또 “일곱 군데 정도 나오는 ‘김지태’라는 서명도 세 사람의 필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5ㆍ16 직후 군사정권에 의해 구속된 상태에서 강제로 기부승낙서를 작성했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승낙서 제출일이 구속중이던 20일에서 석방 이후인 30일로 변조된 것은 강제성이 없는 순수한 헌납임을 강조하기 위해 군사정권이 사후에 변조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 필체가 여럿인 점도 김 사장이 자의로 서명한 게 아니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날 설명대로라면 “서슬퍼런 군부세력이 빼앗아간 것”이라는 유가족들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최근까지 부일장학회의 후신인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이었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