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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주민들 "일 터질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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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주민들 "일 터질 줄 알았다"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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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에 원주민은 가혹하게 대하면서 고위층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습니다.”

행담도 개발로 섬을 떠난 원주민 A씨(58)는 연일 행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책사업 추진이란 명목에 2000년 쫓겨나다시피 이곳을 떠난 그는 “당시 도로공사는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주민을 업무방해로 고발해 전과자로 만들 정도로 비정한 공기업이었다”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사업 이전 5만평 정도의 작은 섬이었던 행담도는 사방에 펼쳐진 갯벌에서 17세대 28명의 주민이 바지락과 굴을 캐고, 삽교호 관광객을 상대로 횟감을 팔아 짭짤한 소득을 올리며 단란하게 살았다. 하지만 1995년 도로공사가 이곳을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광지로 만든다고 수용하면서 그들의 행복은 산산이 깨졌다.

당시 주민들이 받은 보상금 총액은 5억원 정도가 전부. 도로공사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무허가라는 이유로 보상금을 적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3년여 동안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했지만 일부 주민이 유치장 신세를 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섬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2,000만∼3,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섬을 떠난 이웃사람 대부분이 빈털터리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진지역 주민 30여명도 행담도개발㈜에 투자했다 수십억원을 날릴 위기에 놓여있다.

2000년 11월 주민 35명은 공동투자로 서해랜드㈜를 설립, 행담도휴게소 별도부지에 대형횟집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행담도개발에 총 13억원의 계약금을 건넸다. 개발사업 지연으로 지난해 4월에야 겨우 120평 규모의 가게를 냈지만 위치가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인데다 술을 팔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말 문을 닫았다.

주민 박창호씨는 “행담도개발에 건넨 돈과 서해랜드 설립 및 운영비용, 금융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30억원 가까이 손해봤다”며 “어민들이 좀 살아보겠다고 땅 팔고 배 팔아 마련한 돈이 다 날아갔다”고 말했다. 당진 주민들은 25일 감사원과 도로공사를 찾아가 철저한 감사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날 행담도 휴게소 이용객은 이번 의혹사건 때문인지 평소보다 많아 보였다. 구경 삼아 들르는 사람들도 휴게소 뒤편 공사장 주변을 둘러보기까지 했다.

당진=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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