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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견제 교두보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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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 원유를 지중해로 연결하는 BTC송유관이 25일 개통됐다. 세계 1위의 천연가스와 3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스피해 유전지대를 둘러싼 각국의 각축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3개도시의 머리글자를 딴 BTC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시작해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세이한까지 연결돼 세계에서 가장 긴 전장 1,770㎞에 달한다. 송유관 사업은 영국 석유회사 BP(지분 30%) 등이 참여해 11년간 36억 달러가 투입됐다.

BTC송유관 개통은 카스피해 주변에 매장된 천연자원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것이다. 물론 BTC송유관은 카스피해에서 생산되는 원유 1일 생산량 220만~300만 배럴의 가운데 100만 배럴만 지중해로 운반한다. 이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석유업계와 서방진영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BTC송유관의 개통으로 ‘세계 에너지의 엘도라도’인 카스피해의 원유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BBC방송은 24일 “미국이 중동과 러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원유공급지를 확보한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은 러시아는 물론 카스피해 원유 확보전에 뛰어든 중국 인도를 동시에 견제하는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사무엘 보드만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 지역의 에너지 안보에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BTC송유관의 여파로 카스피해 연안의 산유국, 송유관이 지나는 소련권에선 탈 러시아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카스피해 원유는 러시아 송유관(CPC) 등에 의존해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유일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거치지 않는 수출통로는 이번 BTC송유관 외에 2007년 SCP송유관이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미하일 시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BTC 송유관과 추가로 건설되는 송유관이 완공되면 이 지역 에너지 자립이 촉진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루지야는 2003년 장미혁명으로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그늘을 벗어났지만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는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이 송유관은 카스피해와 세계 시장을 연결할 것”이라면서 BTC송유관을 통한 자국산 원유의 수출도 시사했다.

다만 송유관은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유지관리비, 환경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BTC송유관이 지나는 곳은 코카서스 분쟁지역으로, 반정부 세력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송유관을 공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러시아, 이란 등을 제외한 카스피해 연안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7위, 천연가스는 3위이지만 매장량은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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