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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금리역전 고착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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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금리역전 고착 조짐

입력
2005.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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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간 금리역전이 고착화하고 있다. 금리역전의 영향에 대해 ‘국내 자금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는 시각과, ‘대거 이탈은 없을 것이며 좀 빠져나가도 나쁠 것은 없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아진 데 이어, 장기기준금리 지표인 5년 만기물에서도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현재 연 3.7%대, 한국의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3.6%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대략 0.1%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5년물은 두 나라 수익률 모두 3.8%선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점차 미국쪽 수익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1년 전만해도 미국의 단기기준금리는 1%, 한국의 콜금리는 3.75%로 2.75%나 차이가 났고 그만큼 장기금리도 벌어져 있었다. 이후 미국은 8차례나 금리인상 퍼레이드를 펼친 반면, 한국은 오히려 2차례 인하함으로써 양국 단기금리차는 0.25%포인트(한국 3.25%, 미국 3.0%)로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경기 여건상 콜금리 동결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단기금리는 물론 장기금리도 완전한 역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채권딜러는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는 것을 계기로 양국간 금리역전은 분명해질 것”이라며 “금년 말이면 양국간 장기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역전 이후 자금 흐름이다. 저금리기조 하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자금이 수익률이 높은 미국채권으로 몰리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역시 고수익의 미 국채쪽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증시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딜러는 “대만의 경우 2000년 이후 내외 금리역전이 빚어지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 주가가 17%나 빠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당국자는 “달러약세-원화강세 기조 속에서 약간의 수익률 차이 때문에 환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금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자금 역시 이 달 들어 약간의 순매수 상황이 지속될 만큼 이탈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식자금 역시 환율이나 신흥시장 투자비중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역전을 곧 자금이탈로 동일시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외환당국 일각에선 원화절상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이 빠져나갔으면 하는 바람까지 숨기지 않고 있다. 때문에 금리역전 자체 보다는 그 속에 담긴 뜻, 즉 미국경제는 나아지고 있고 한국경제는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양국 경제의 펀더멘털 격차를 더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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