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운명은 부모 형제 등 타고난 것에 의해 60% 이상 결정되는 것 같다. 그리고 후천적 환경과 개인의 노력에 따라 나머지 40%가 형성된다고 할까? 물론 개인에 따라 예외 범위가 클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예외에 속하면서도 99% 이상을 바꾼 성공한 경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이 초등학교 3, 4학년 담임이셨던 박찬전 선생님이시다.
담임이던 당시에는 못 느꼈는데, 5학년에 올라가니 이상하게도 선생님이 그리웠다. 그래서 방과 후에 선생님 교실을 기웃거렸다. 선생님이 나를 교실에 들어와 있을 수 있게 해주셔서, 교실에서 놀기도 하고 책도 읽고 숙제도 했다.
이때 읽은 책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설계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영감과 열정을 주지 않았나 싶다. 은행 심부름, 우체국 심부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도 배웠다. 선생님은 내가 학예발표회나 웅변대회 등에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시고 발표회 때 입을 옷도 사주셨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로 남의 옷만 물려 입던 나는 이렇게 공주가 되기도 했다.
중2 때는 교과서만 갖고 공부하기엔 부족하다며 참고서를 보라고 용돈을 주셨다. 처음으로 참고서를 가지고 공부를 했더니 고입 모의고사에서 2등과 10점 이상 벌어진 1등을 했다.
그 후로 참고서 덕택에, 아니 선생님 덕택에, 졸업할 때까지 계속 2등과 차이 나는 1등만 했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터득했던 것 같다. 또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고하게 갖는 계기가 되었다.
화학이 재미있어서 과학자의 길을 택한 것도, 미국 유학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현재 위치까지 온 것도 모두 그분의 가르침과 향기 덕분인 것 같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이후로도 지속되면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와 함께 선생님 댁을 방문한 남편은 선생님과 제자가 아니라 친정 엄마와 딸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지금은 은퇴하시고 손자손녀 재롱을 즐기시며 선생님 부부는 여전히 아름답게 살고 계시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향기를 이어받아, 내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그들의 숨겨진 재능 개발에 힘을 보태고 싶다. 이것이 그분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보답하는 길이리라.
선생님! 제 인생에서 선생님을 만난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습니다. 오래도록 행복하시고 저의 행진을 지켜봐 주세요!
/KIST 책임연구원 우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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