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밀알’ ‘울지마라, 아이야’ 등의 소설로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의 대표적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Ngugi Wa Thiongo.67)씨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1982년 케냐에서 추방돼 이방인으로 살고있는 그는 25일 ‘평화를 위한 글쓰기는 민족 간의 모든 착취적이고 기생적 관계에 대한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눈뜨게 하는 작업’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국가와 국가간의 빈부 격차, 국가 내부의 계급 격차라는 두 개의 간극을 극복하지 않고는 세계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믿음.
현재 미국 UC어바인대 비교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인천공항에서 나를 맡아준 한국 사람이 유창하게 스와힐리어를 구사하는 걸 보고, 한국의 문화가 풍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첫 한국 방문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 역사는 20세기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었고 교육열이 상당히 높았는데 21세기 들어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더불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케냐에서 마우마우 전쟁이 벌어지던 1952년, 이보다 7년 앞서 일제 식민 치하에서 벗어난 한국에서 6.25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한국과 케냐는 사회적 맥락에서 봤을 때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식민지배하의 억압과 착취, 해방 이후의 독재체제를 거치며 질곡의 세월을 겪었고 이를 문학의 자양분으로 삼아 왔기에 그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던지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_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데.
“1973년 일본에서 열린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통일’에 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몇 년 뒤 비슷한 회의에 또 갔다가 우연히 김지하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됐다. 그가 민속적인 어투로 근대 정치ㆍ경제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 케냐 나이로비 대학 교수로 재직했을 때인데 강좌를 통해 그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_ 김지하 시인의 시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알고 있다.
“77년 12월부터 케냐의 독재정권에 의해 투옥됐다. 감옥에 투옥 됐을 당시 ‘오적’을 읽었다. 그때 썼던 소설 ‘십자가에 매달린 악마’도 이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82년에는 김지하의 작품 세계를 알리기 위해 ‘작가와 정치’ (Writer’s and Politics)를 썼다. 1부는 김지하 시인의 작품세계, 2부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책이었다.”
_ 비슷한 상처를 경험한 한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은 경제 발전을 해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 대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남북 분단 상황이다. 언젠가 한국 통일이 이뤄지길 바란다. 통일은 남북이 협상을 통해 그 방법을 자주적으로 찾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_ 지난해 망명 22년 만에 조국을 찾은 느낌이 어땠나.
“케냐는 신(新)식민주의 정권인 다니엘 모이의 독재 집권으로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부를 약탈하는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그러나 2001년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82년 망명이후 처음 케냐를 방문해서 국민들로부터 지극한 환대를 받았다. 누가 감시한다는 생각없이 허심탄회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참 많이 달라졌구나’ ‘좋아졌구나’ 느꼈다. 방문 도중 구 정치세력이 보낸 걸로 추정되는 무장괴한 4명으로부터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케냐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여름 방학 때 케냐를 다시 방문 할 계획이다.”
_ 최근에는 영어가 아닌 아프리카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영어가 내 작품을 알리기에 보다 쉽다는 생각에 영어로 작품을 써왔다. 그러나 우리 부족의 언어인 키크유어로 쓰는 것이 더 편하다. 정신적인 해방감을 느낀다. 이런 내 작업이 다른 아프리카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리라고 본다. 모든 작가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언어를 써야 할 책임이 있다.”
_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을 말해달라.
“‘까마귀 마법사’라는 6권짜리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케냐에서는 이미 2권이 나왔다. 영어판은 뉴욕의 펜티엄 출판사에서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 숙소에서도 이 소설을 계속 집필하고 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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