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구려사 연구자들은 김병기 전북대 교수의 광개토대왕비 신묘년 기사 해석에 대해 대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10종류의 원석 탁본에서 신묘년 기사의 변조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이미 확인됐으며, 설사 변조됐더라도 원 글자를 ‘入貢于’로 추정할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고구려연구회장인 서영수(사진) 단국대 교수는 “비문 전체의 내용과 여러 사료에 근거해 당시의 역사적인 정황을 파악한 상태에서 비문 해석에 접근해야지, 글자 한 자 한 자에 의혹을 제기하고 그것을 자기 논리에 맞추어서 풀어 가서는 안 된다”며 “김 교수는 과거에 재일사학자 이진희씨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일본이 백제와 신라에 조공을 바쳤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김 교수의 말대로 왜가 고구려의 신민이 되었다고 신묘년 기사를 풀이하려면 한문 문법으로 따져 ‘以爲臣民’ 앞에 고구려를 뜻하는 주어가 와야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학자들은 90%가 글자 변조가 없다고 믿고 있으며, 국내 학자 중에서도 40% 정도는 이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며 “변조 가능성을 앞세워 탁본 내용을 파헤칠 것이 아니라 원석 탁본으로 알려진 여러 종의 탁본의 서체를 비교하는 과학적이고 기초적인 자료 축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대사학회 발표회에서 김 교수의 발표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경철 강남대 교수는 “변조된 글자를 ‘入貢于’로 추정할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며 “김 교수의 변조설 주장에 당시 여러 의문점을 제기했으나 분명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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