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휘청거리고 있다. 두 달 넘게 여권을 흔든 러시아유전 개발의혹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행담도 개발의혹까지 터지면서 참여정부를 악재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집권 후반기를 막 시작하려는 시점이 의혹들로 굴절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24일 “검찰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므로 지켜보자”며 논평을 피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두 사건을 정권차원의 게이트로 몰며 올인 하고있다.
여권은 당초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치안정을 바탕으로 경제회생, 복지증진 등 참여정부의 가시적 성과를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지난 1월7일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경질파동을 시작으로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어 3월말 강동석 건교부 장관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인사파행을 겪으며 적잖이 진이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2.7%에 그친 1/4분기의 저조한 경제성장, 우리당의 4ㆍ30 재보선 참패와 무기력증,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 지지율의 동반급락, 이해찬 총리의 실언파문 등 후속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악재더미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양대 의혹사건은 이미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국가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검찰조사로 의혹을 일부 풀더라도 돌아선 민심을 되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특검, 국정조사 등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는 한 여당 중진의 자조처럼 악재는 겹치는 반면 마땅한 타개책은 보이지 않는다. 해명에 급급하다 결국 레임덕의 블랙홀에 빠지고 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과거 정권의 유사한 사례가 이 같은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국민의 정부만 해도 1999년에 터진 옷 로비 의혹이 정권의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지지도가 내리막을 타는 시발점이었다. 검찰조사와 청문회 등이 1년 내내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고위층 부인들의 추한 로비실상과 은폐의혹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등을 돌렸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세 아들마저 비리의혹에 휘말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레임덕에 빠졌다.
앞서 김영삼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15대 총선 직전에 터진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27억원대 뇌물수수사건은 문민정부의 개혁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김 정권 역시 뒤이은 아들 김현철씨의 구속과 맞물려 레임덕을 맞았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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