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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反쿠바 테러범, 적이냐 동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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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反쿠바 테러범, 적이냐 동지냐

입력
2005.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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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포사다 카릴레스(77). 평생을 ‘반(反) 카스트로’ 투쟁에 바쳐온 쿠바 출신의 테러리스트이다. 그가 조지 W 부시 정부를 시험대에 올려 놓고 있다. 적과 동지의 선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정부에 있어 포사다는 양면의 얼굴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혁명이 성공한 후 1960년 대 중반 베네수엘라로 망명, 46년 동안을 반 쿠바 활동 및 쿠바계 공산주의자 색출에 몸을 바쳤다.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미국 정부가 그에게서 ‘자유의 투사’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976년까지 자금을 대며 그의 활동을 독려했었다. 포사다는 2000년 파나마를 방문한 카스트로를 암살하려 한 혐의로 파나마 교도소에 수감 중 지난해 8월 사면령을 받아 석방됐다.

포사다의 다른 쪽 얼굴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다. 그는 1976년 승객과 승무원 73명 전원의 목숨을 앗아간 쿠바 민항기 폭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 베네수엘라 당국에 체포됐다. 1985년 사제로 위장해 교도소를 탈출한 이후에는 CIA의 지원을 받는 니카라과 우익 정권에 무기를 공급하는 커넥션의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부시 정부는 3월 플로리다로 밀입국한 포사다를 지켜보다 17일 전격 체포했다. 이민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그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체포는 시작일 뿐이다. 부시 정부는 적어도 그를 지명 수배한 베네수엘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포사다를 넘겨주지 않으면 미국과 단교도 고려하겠다고 위협하지만 미국 정부는 쿠바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로는 그를 송환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고민은 그를 미국 땅에 남길 것인가, 제3국으로 추방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추방할 경우 “실컷 이용해먹고 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런 저런 구실을 달아 미국 땅에 남길 경우 테러리즘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에 휩싸이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ㆍ11 후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는 자는 또 다른 테러리스트”라고 선언, 전세계에 적과 동지의 선택을 강요했었다. 스스로 선택에 직면한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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