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공 기관인 한국전력의 지방 이전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이 속을 끓이고 있다. 한전 유치를 위한 지역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직원 수 2만여명에 2003년 기준으로 7,596억원의 국세와 901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던 한전의 비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의 한전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는데 여기서 여당이 삐끗했다가는 심각한 정치적 후 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한나라당이 논의에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특정 지역을 선정할 경우 나머지 지역의 강력 반발로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가 “이전 후 대책부터 수립해달라”(수도권), “유치 못하면 반정부 정서가 회복불능 상태로 악화될 것”(호남권), “핵 발전소가 많은 곳을 외면하면 또 다른 차별”(영남권)이라는 등 여권 내 각 지역출신 인사들의 치열한 이해다툼도 지도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한전 이전논의를 무기 연기하는 방안이 세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희상 의장과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 23일 한전의 이전 보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장영달 상임중앙위원도 24일 “한전 때문에 갈등이 많다면 갈등을 낮추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돌아가면서 분위기를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당으로서는 한전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도 없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퇴색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이전대상 공공기관 내부와 노조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한전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 시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국가균형발전위가 전체 이전대상 공공기관 리스트를 작성, 보고하기로 했던 국회 건교위의 25일 전체회의를 6월로 또다시 미뤘지만 묘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정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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