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곧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만남, 그건 타이밍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매일 보는 아저씨가 계신다. 아마 환갑은 지나신 듯하다. 아래 건물관리 하시는 분이다. 1년도 넘게 매일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냥 몰랐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이 마주치지 않았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을 마주칠 수 없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이 마주치면 안되니까, 그 다음에는 그냥 ‘쌀쌀 맞은 여자로 남자…’고 하면서.
그렇게 1년 하고도 몇 달을 매일 지나쳤다. 그 어색한 만남이 부담스러워 돌아서 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지 않는데 미리 인사를 하기엔 난 좀 낯을 가린다. 돌아서 지나다니면서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인사하면 될 것을. 그걸 못해서… 바보!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또 마주쳤다. 일단 눈을 아래로 깐다. 그리고 걸음이 빨라진다. 항상 괴롭다. 그 분이 이 번뇌에서 나를 탈출시켰다. “○○○제본소에 근무하세요?” “네.” “지난 번에 누가 ○○○제본소를 찾는데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요. ○○○이 맞나요?” “네, 그런데요. 제가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아니, 난 그냥 제본소 이름을 잘 몰라서요.” “네~ 수고하세요.”
오늘로서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은 평화로울 것이다. 난 이제 그 아저씨와 인사를 했고, 이제 또 열심히 인사를 하면서 다니면 된다. 타이밍이었다. 그냥 인사하면 될 것을. 왜 그런 걸 못하는지. 만남은 타이밍이다. 사는 데 짐 하나를 덜어 낸 하루다. http://blog.daum.net/binaida01/225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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