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관악산의 북쪽 기슭에 서울대 캠퍼스가 자리잡은 지 30년이 됐다. 그 30년은 빈 자리를 하나하나 찾아내서 건물을 세우고 급기야 순환도로 바깥으로 진출하는, 끊임없는 밀도 강화와 확장의 세월이었다. 캠퍼스에서 자연을 몰아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캠퍼스 바깥의 자연도 잠식해 들어갔다.
그 동안 서울대는 양적 팽창이 곧 발전이라는 암묵적인 방침 하에 난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쾌적한 연구와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난개발의 관행을 과감하게 멈추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개교 기념식에서 정운찬 총장은 환경친화적인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대의 빼어난 자연환경에 걸맞은 캠퍼스를 조성하고 밖으로 내몰았던 자연을 캠퍼스로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캠퍼스를 관통하는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울타리를 걷어내고 산책로와 녹지를 조성한다고 하며, ‘환경 캠퍼스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하니 크게 환영한다.
캠퍼스 내 공공질서를 확립하는 일도 캠퍼스 환경 개선에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몇 걸음의 수고를 아끼자고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차를 내팽개치듯 주차하고도 거리낌이 없는 행태, 오토바이가 도서관 중앙통로까지 굉음을 내며 누비는 무질서, 버들골이 주말이나 휴일이면 온갖 행사로 쓰레기 더미가 쌓이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캠퍼스의 환경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면 지역사회도 포함된다. 서울대는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담장으로 지역사회와 굳게 격리된 섬과 같은 곳이었다. 자연친화적인 캠퍼스 조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서울대가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서울대가 관악구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행태를 지양하고, 캠퍼스와 자연, 지역사회가 유기적인 친화를 이루고 상호발전의 상승효과를 낳도록 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기를 바란다.
/大學新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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