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무원 시험 연령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제한철폐를 요구하는 측은 “연령제한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정부와 일부 응시자들은 “무조건 응시를 허용할 때는 시험준비생을 양산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차별연구회 "위헌 소지"
각 대학의 여성학ㆍ사회학 전공 연구자 모임인 '차별연구회'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중앙인사위원회가 공무원임용시험에 연령제한을 두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권을 침해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조항에도 위배된다" 며 진정서를 냈다.
현재 인사위의 공무원임용시험 규정에 따르면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의 응시자격을 각각 20세 이상 32세 이하와 20세 이상 3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7급과 7급 중 외무행정직 응시자격을 각각 20세 이상 35세 이하, 20세 이상 35세 미만으로, 9급과 9급 중 교정ㆍ보호 관찰직을 각각 18세 이상 28세 이하, 20세 이상 28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별연구회는 “중앙인사위원회의 연령제한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30조의 차별금지조항을 위반한 것” 이라고 밝혔다. 차별연구회측은 또 “정부는 연령제한에 해당되는 응시자들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시험 연령제한 논란은 인터넷 상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디가 ‘job1207’인 고시 준비생은 “나이가 많아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지 행정편의를 위해 연령제한을 둔다면 이는 분명한 인권침해” 라고 말했다.
아이디‘peace8’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연령제한 규정을 만들어 평등권 침해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며 “하지만 무작정 응시제한을 풀어준다면 수많은 고시 낭인들을 양산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인사위는 난색 표명
연령제한 철폐 논란에 대해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서 연령제한은 인력 관리를 위해 필요한 입법정책상의 문제이고, 연령기준은 대졸 후 5~10년 이상의 수험준비 기간에 맞춘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연령제한을 두지 않으면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여러 여건으로 봤을 때 당분간은 현재 기준을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가 차별연구회의 진정을 채택해 국가기관에‘권고’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의 사전예비조사, 사건조사, 소위원회 심의 등 다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권고 받은 부처측에서 이를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찰직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연령기준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앞서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남녀 경찰공무원 순경 공채시험 연령제한을 현재 ‘남자 21세 이상 30세 이하, 여자는 18세 이상 27세 이하’에서 모두 ‘18세 이상, 30세 이하’로 조정, 사실상 응시연령을 확대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 연령을 비롯해 여러 제한 요소를 없애가는 추세이지만 준비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공무원시험에서까지 나이제한을 철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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