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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公, 행담도 투자 EKI社와 '의문의 계약'/ 사업 실패해도 투자비 이상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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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公, 행담도 투자 EKI社와 '의문의 계약'/ 사업 실패해도 투자비 이상 보장

입력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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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을 추진하는 투자 회사에 1,000억원대의 보증을 서준 것은 의문의 거래였다.

우선적인 의문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불리한 투자계약 조건이다. 도로공사는 1999년 행담도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투자사인 ECON의 자회사인 EKI와 함께 행담도개발㈜을 설립했다. 당시 도로공사의 지분은 10%였다.

EKI는 휴게소 등을 설치하는 1단계 공사를 마친 뒤 2단계 행담도 주변 매립 공사와 관광시설 개발을 위해서 8,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도로공사의 보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가 EKI의 요청이 있을 경우 2009년부터 E사의 행담도개발㈜ 주식을 1억 500만 달러에 구입해주기로 하는 ‘주식 선매계약’을 지난해 1월 체결했다. 사실상의 지급보증 계약이었다.

그러나 EKI는 사업이 잘 되면 행담도 개발㈜ 주식의 90%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게 되고,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도로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감사원의 감사 초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도공이 10% 지분을 투자하는 만큼의 부담만 지면 되는데, 사업 실패 전체를 부담 짓는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의문이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EKI는 자체 자금을 일체 조달하지 않은 채 도공의 보증을 통해 올해 2월 시티글로벌증권을 통해 8,3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문제는 채권을 해외에서 사준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와 교원공제회가 인수했다는 점이다.

EKI는 도로공사가 보증을 서주고 정부기관들이 돈을 빌려주는 상황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돈을 돌려 받는 조건에서 대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다.

더 큰 의혹은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ECON의 자회사로 알려진 EKI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재복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EKI는 당초 ECON이 행담도 개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였으나 ECON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김 사장이 설립한 JJK가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사장이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김 사장의 역할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EKI는 어떤 회사

행담도 개발사업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도로공사가 외자유치 차원에서 끌어들인 외국 회사인 ECON, 그리고 ECON의 자회사인 EKI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담도 개발사업의 운영 주체는 1999년 설립된 행담도개발㈜이다. 직원은 38명이며 총자본금 100억원으로 지분의 90%는 ECON의 자회사인 EKI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10%는 도로공사의 몫이다.

행담도개발㈜의 설립 당시에는 ECON이 대주주로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도로공사가 외환위기 후유증을 겪던 1999년 싱가포르 투자사인 ECON을 유치했던 것이다.

ECON는 1975년 설립된 싱가포르 소재 건설전문기업인 ECON corporation Ltd의 지주회사로 아태지역의 건설 및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행담도개발㈜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ECON 그룹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50여개국에 자회사를 갖고 있다.

ECON는 총 500억원의 예산이 드는 행담도 개발 1단계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400억원은 조흥은행이 대출했다. 1단계 사업은 행담도 휴게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01년 완료됐다.

그러나 행담도 주변을 매립해 관광시설을 개발하는 2단계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ECON는 자금압박으로 싱가포르에서 부도가 났으며 현재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 ECON은 자회사인 EKI를 설립해 행담도 개발 사업을 맡겼다. 행담도개발㈜의 대주주가 EKI로 바뀐 것이다. EKI는 김재복 사장의 회사인 JJK가 지분을 58%, ECON은 42%를 보유하고 있다.

EKI는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로 자금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EKI는 4,000억원이 소요되는 행담도 2단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3억 달러를 펀딩할 계획이었으나 펀드 발행액이 자본금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8,000만 달러만을 유치키로 했다. 정보통신부와 교원공제회로부터 8,3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결과적으로 4,500억원대의 행담도 개발사업에서 외자는 ECON이 초기에 투자한 100억원이 전부다.

송용창기자

■ 사업 주도 김재복씨는?

행담도 개발 사업을 주도한 김재복(40)씨는 국제금융 에이전트로, 싱가포르와 한국 정부의 유력 인사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투자회사와 도로공사가 합작한 행담도 개발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는 1990년대 국정원에 들어가 주로 외국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국정원에서 나와 싱가포르에 정착, 국제금융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이후 싱가포르 최고위층과의 친분을 토대로 싱가포르 투자청의 한국 투자를 총괄ㆍ대행하는 역할을 맡았고, 싱가포르 전력청 등의 한국 관련 업무도 대행해왔다.

이런 위상 때문에 싱가포르 자본유치를 원하는 국내 일부 정치인과 시ㆍ도지사들이 김씨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씨는 청와대 소속 동북아시대위원회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도 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합기도연맹의 총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행담도 개발 문제가 불거지자 “도로공사가 보증을 해주기로 계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혜는 결코 아니다”는 입장을 감사원 등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행담도 개발사업이란

행담도 개발사업은 서해대교 아래쪽의 작은 섬인 행담도 부지 6만9,000여 평과 인근 개펄 10만5,000여평을 매립한 부지에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을 잇는 서해대교를 건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행담도 휴게소로 잘 알려진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의 행담도는 2000년 11월 10일 서해대교 개통식이 열린 곳으로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있다.

1, 2단계로 나눠진 이 사업은 2002년 말 행담도 휴게소 준공과 함께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으며, 2단계는 행담도 개발㈜이 총사업비 4,433억원을 투입해 2003년 7월 착공, 2008년 말 복합휴게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행담도 사업은 2단계 사업을 의미한다.

복합 휴게시설에는 ▦해양 수족관 ▦돌고래쇼장 ▦실내 해수욕장 ▦해양 생태공원 ▦식물원 등이 들어선다. 당초 이 지역에 바다를 메워 골프장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계획이 취소됐다. 매립공사는 현재 6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까지 매립을 진행중이다. 행담도 개발㈜은 매립공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위락시설 공사를 시작한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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