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을 고발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시위를 벌이기 위해 상경한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원(위원장 박해욱) 530여명이 시위 도중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과격시위에 대한 비난여론을 감안한 듯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며 67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23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울산건설노조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후 1시45분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이화사거리까지 약 300㎙가량 진행했을 때 대기하던 경찰 3,000명이 이들을 저지, 종로방향 2차선 도로에서 약 20분간 대치했다.
경찰은 삼보일배를 강행할 경우 미신고집회로 원천 봉쇄한다는 당초 방침에 따라 오후 2시35분부터 노조원들을 전원 연행, 서울시내 25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구속자만 28명에 달하고 부상자가 350여명이나 속출하는 등 울산은 이미 계엄상태나 마찬가지”라며 “너무도 소박한 건설일용노동자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계엄 상태인 울산을 벗어나 서울에서 삼보일배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평화적 시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시위자를 전원 연행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관ㆍ용접ㆍ기계ㆍ보온 등 건설일용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인 울산건설플랜트 노조는 지난 3월 18일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활동 보장, 화장실ㆍ식당ㆍ샤워실 설치,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 마포 SK타워에서도 24일째 단식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체불임금에 시달리며 40대 가장이 월평균 15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며 10여개 플랜트 업체가 공동으로 단체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10~20년간 일해온 숙련기능공인데도 식사할 장소가 없어 먼지구덩이 현장에 쭈그리고 앉아 끼니를 때우고, 탈의실과 세면시설이 없어 노상에서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묻은 검정도 닦지 못한 채 퇴근하는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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