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본인들도 본래 의도와 달리 사안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일이 이상하게 꼬여간다는 생각을 할 게다.
이런 정도의 성찰과 진지함마저 없는 사람들이라면 헛된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리를 떠나는 것이 살아온 역정을 욕보이지 않는 길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손학규 경기지사는 최근 서로를 삿대질하며 내뱉는 말이 국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진실성과 선의의 권력욕’에 의거해 찬찬히 따져 보아야 한다.
이 총리로선 억울했을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행정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터에 대기업은 저마다 인적 물적 인프라가 앞선 수도권에만 공장을 짓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수도권발전협의회를 열어 첨단업종 외국기업에 대해선 종전대로 신ㆍ증설 허용기간을 연장하되 국내 기업의 경우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좀 더 논의하자고 했더니 손 지사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마치 독립투사처럼 정부를 몰아세웠다. 더구나 일부 언론은 논란의 본질을 왜곡해 ‘손학규 한판승’ 운운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자존심 강한 이 총리의 불쾌감을 더하던 차에 마침 출입기자들과 저녁먹는 자리에서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지금 시도지사 중에는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정치적으로 말하면 나는 고수다. 손 지사는 아래도 한참 아래다” 등등의 얘기를 ‘대한민국 최고의 대선기획통’이라는 자찬과 뒤섞은 것은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의 품격에서 보더라도 하수에 속한다.
손 지사가 즉각 “그 사람 입이 걸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정치는 잘할 지 몰라도 경제나 행정은 빵점 아니냐. 다시 한판 붙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친 것도 볼썽사납다.
과거 민주화투쟁에서 누구보다 앞선 지혜와 열정을 지녔던 사람들이라도 관점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건설적 토론 대신 파괴적 대립을 계속하는 것을 보니 그들 역시 당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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