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오른손 검지 절단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986년 운동권 시절 스스로 잘랐다는 이 의원의 설명이 있었지만 동기와 앞뒤 사실관계에 대해 여러 해에 걸쳐 본인의 말이 그 때 그 때 다르다. 현 정권의 중추세력인 386세대의 도덕성과, 소위 실세라는 유력 정치인의 진실성이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시비를 가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자신이 행한 단지(斷指)에 대해 이 의원의 말은 현란하리 만치 오락가락한다. 그가 국정상황실장 무렵 언론에게는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프레스기에 절단됐다”고 밝힌 적이 있고, 국회 답변에서는 “대학 때 사고로 다쳤다”고 말했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저서나 최근 해명에서는 “당시 김세진 이세호 열사의 분신을 보고 혈서를 쓰기 위해 잘랐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는 또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동지의 이름을 불게 될 것 같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 야당에서 공개된 그의 병무 기록을 보면 신체검사에서 징집면제 판정을 받은 때와 단지를 했던 시기 사이가 불과 보름 남짓이다. 단지는 뼈와 큰 핏줄이 잘리는 중상이라고 하니 그의 설명은 그대로 납득해 주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또한 동기가 어떻든 군에 가지 않기 위해 신체를 훼손한 것은 고의 병역기피에 해당한다.
암울했던 시대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이의 ‘어두운 행위’를 지금 와서 따지자는 게 아니다. 당시 이 의원의 순수와 열정을 굳이 부인할 것은 없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도덕적 힘들이 하나의 정치 행적을 이루어 정권 핵심에 까지 이른 이 의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의 정치 행적과 사고도 그 수준에 맞춰야 한다. 도덕성을 뭉개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참기 어렵다. 유전의혹을 받는 그에게 부도덕한 말 바꾸기의 딱지까지 보태질 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