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을 추진하는 투자 회사에 1,000억원대의 보증을 서준 것은 의문의 거래였다.
우선적인 의문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불리한 투자계약 조건이다. 도로공사는 1999년 행담도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투자사인 ECON과 함께 행담도개발㈜을 설립했다.
당시 도로공사의 지분은 10%였다. ECON은 휴게소 등을 설치하는 1단계 공사를 마친 뒤 2001년 EKI를 설립했고, EKI는 2단계 행담도 주변 매립 공사와 관광시설 개발을 위한 8,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도로공사의 보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가 지난해 1월 EKI의 요청이 있을 경우 2009년부터 EKI의 행담도개발㈜ 주식을 1억 500만 달러에 구입해주기로 하는 ‘주식선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의 지급보증 계약이었다.
그러나 EKI는 사업이 잘 되면 행담도개발㈜ 주식의 90%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게 되고,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도로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감사원의 감사 초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도공이 10% 지분을 투자하는 만큼의 부담만 지면 되는데, 사업 실패 전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의문이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EKI는 자체 자금을 일체 조달하지 않은 채 도공의 보증을 통해 올해 2월 시티글로벌증권을 통해 8,3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문제는 채권을 해외에서 사준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6,000만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달러)가 전액 인수했다는 점이다. EKI는 도로공사가 보증을 서 주고 정부기관들이 돈을 빌려주는 상황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돈을 돌려 받는 조건에서 대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다.
더 큰 의혹은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ECON의 자회사로 알려진 EKI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재복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당초 행담도 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싱가포르 투자회사 ECON은 2001년 11월 EKI를 설립해 행담도 개발 사업을 맡겼으며 이 무렵 ECON은 부도가 나 현재 법정 관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 사업주체가 된 EKI는 다름아닌 김재복 사장이 설립한 JJK가 58%를 보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사장이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김 사장의 역할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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