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우리 나라와 겨레에게 또 하나의 별난 해다. 꼭 100년 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유리하게 되자 한반도는 일본이 차지하기로 일본과 미국이 합의한다(가쓰라_태프트 밀약). 그리고 꼭 60년 전에는 얄타협정에 따라 미국과 소련이 남북을 분할 점령함으로써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런데 일본은 올해 들어 다시 독도는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지난 주 영국 런던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복제 연구 발표가 있자 구미는 물론 일본, 브라질 등 세계가 놀라 들썩거리고 있다. 우리의 근대적 학문 연구의 역사는 짧다. 식민지 시절에는 주체적으로 꾸리는 대학조차 없었고, 해방으로 겨우 대학이 여기저기 세워졌으나 곧 이은 전쟁으로 쑥밭이 됐다.
그러나 학자들은 피난 중에도 천막에서 대학 강의를 이어갔다. 엄밀히 말하면 휴전이 되어 서울로 환도한 다음에야 대학은 본격적으로 자리가 잡혀 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문학, 자연과학 등 학문 갈래들마다 학회가 생기고, 1998년 제1회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자 이듬해 제1회 국문학대회가 이어진다.
그 이후 인문학 특히 국사학과 국문학 갈래에서 일제가 퍼뜨린 식민사관 극복에 큰 진전이 이루어져, 농업사 연구의 김 아무개 교수, 중국사의 민 아무개 교수, 독도 연구에서 신 아무개 교수, 문학사 연구에서 조 아무개 교수 같은 이들의 업적이 두드러지며,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의 업적이 쏟아지고 있음을 본다.
일본 학계와 출판계는 지난해부터 2년째 러일전쟁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러일전쟁을 다룬 책만 해도 30여 종이 넘고, 각종 세미나나 강연회 등 100년 전 그들이 세계 제국주의 국가로 올라선 전쟁을 회상하고 미화하며, 마침내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러일전쟁 책 가운데 한국의 최 아무개 교수가 쓴 저서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벌써 여러 차례 초청되어 강연이나 좌담으로 세계 학자들이 지난 100년 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과 관점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어느 나라나 겨레를 가리지 않고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긍지는 자기 민족문화의 창조적 저력을 확인하는 데서 나온다. 앞으로 우리 겨레는 더 많은 세계적 연구 결과를 쏟아낼 것이다. 그것이 인문학이든 과학기술이든 아니면 예술이든 우리 겨레의 창조적 저력의 못자리인 대학을 더 발전시키자.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