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하미드 카르자이(사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최근 아편과 탈레반 처리를 놓고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전후복구에 대해 미국과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2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13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앞으로 “아편재배를 근절하겠다는 카르자이 대통령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밀 보고서를 보냈다. 아편 밀수출이 여전히 횡행해 미국이 주도하는 재건노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미국은 카르자이 대통령의 미온적인 대응이 아편을 자금원으로 하는 군벌들의 압력에 밀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9월 총선을 앞두고 카르자이가 취약한 정치기반을 의식해 의식적으로 군벌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달초 시작된 미국의 아편근절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다. 지금까지 폐쇄된 아편 경작지는 250에이커. 목표치인 3만 7,000에이커에 비하면 100분의 1에도 훨씬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실적이 여의치 않자 최근 목표치를 절반 이하인 1만 7,000에이커로 대폭 낮췄다.
그러나 카르자이 대통령이 보는 실패 원인은 다르다. 아편 수확이 3월부터 시작되는 데 미국이 너무 늦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것이다. 재배농가를 설득해 보상책을 제시해도 확실치 않은 판에 수확을 눈앞에 둔 아편 경작지를 뒤엎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옛 탈레반 세력 처리 문제도 첨예한 갈등요인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화합차원에서 탈레반 세력의 제도권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아프간 화해위원회’는 이달초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에 대한 조건부 사면방침을 시사하면서 탈레반측과 평화협상을 벌일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범을 지원한 오마르는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코란 모독에 대한 최근의 반미시위도 탈레반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3일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선거용”이라며 “그의 반란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