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20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 생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업체들과 진정한 의미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음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계기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20일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65번 고속도로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로 진입하자 허허벌판 한가운데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의도 면적(약 90만평)의 2배가 넘는 210만평 규모의 이 공장은 2002년 4월 첫삽을 뜬 지 3년여만인 이날 전 세계에서 모인 4,000여명의 귀빈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준공식을 가졌다. 현대차 쏘나타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USA’ 이름표를 달고 미 대륙을 달리게 된 것이다.
5만6,340평 크기의 공장 건물은 크게 차체ㆍ도장ㆍ의장 라인으로 구분된다. 차체 라인에서는 모두 255대의 로봇이 모든 용접 작업을 처리하고 검사까지 한다. 열연코일을 받아 차체의 몸과 문짝 등을 만들고 용접까지 마치는 모든 과정이 100% 자동화로 이뤄지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처음이다.
도장 라인도 로봇 48대가 일하는 100% 무인 자동화 공정이다. 통상 20%에 불과했던 모듈화 비율도 36%로 높였다. 모듈화란, 서로 연관된 부품을 모아 미리 반제품(모듈)을 만든 뒤 자동차 공장에서는 이를 조립만 하는 것으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자동화율과 모듈화율을 높인 목적은 균일한 품질 확보.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근로자들의 손은 우리보다 2배 이상 크다고 봐야 한다”며 “오조립을 막기 위해서는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단순화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0일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2.4ℓ 쎄타엔진과 3.3ℓ 람다엔진이 장착된 쏘나타. 올해 15만대를 생산ㆍ판매,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 경쟁 차종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엔진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숀 보든(29)씨는 “입사할 때부터 철저한 품질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적어도 질적인 면에서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노사 갈등도 이곳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엔진 조립라인근로자 지니 커(42ㆍ여)씨는 “처음엔 시간당 14달러22센트를 받았고 이후 조금씩 임금이 오른 데다 다른 복지 혜택도 많다”며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준공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새 장을 연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1955년 최초의 국산차인 시발자동차가 생산된 지 반세기가 되는 해인데다 현대차가 고유모델 포니를 생산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현대차의 미 앨라배마 공장 준공은 지금까지 수출 위주였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 현지 생산을 위주로 한 글로벌 생산ㆍ판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혼다는 23년전인 1982년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도요타도 85년부터 GM과 합작해 미국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현재 4곳의 미국 공장에서 연간 13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혼다도 5곳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장에서 116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은 일본에 비해 시기적으로 20년 이상 늦었고 규모도 4배 이상 뒤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강자가 되기 위해 이제 겨우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첫 걸음을 내디딘 셈”이라며 “특히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격변하고 있는 만큼 자만하지 말고 더욱 고삐를 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고메리=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그래프로 보는 한국자동차 50년史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최초의 국산차인 시발자동차 생산 50주년 등을 기념하는 '제2회 자동차의 날' 행사를 갖는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출발한 우리 자동차산업은 50년 동안 국민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 이제 수출 1위, 무역흑자 1위, 일자리 창출 1위의 국민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자동차 50년사를 그래프를 통해 살펴본다.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는 55년 7대에서 88년 100만대, 93년 200만대, 2000년 300만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346만9,46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말까지 50년간 누적 자동차 생산대수는 4,352만7,000대에 이른다. 일렬로 세우면 20만8,930㎞에 달하는데, 지구를 5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길이다.
■50년간 누적 내수판매 대수는 2,369만5,000대로, 승용차가 1,682만4,000대(71.0%), 상용차가 687만1,000대(29%)다. 1976년 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처음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누적 수출대수는 1,995만4,000대를 기록했다.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지난해말까지 총 수입차 판매대수는 11만4,311대에 달했다. 이중 독일차가 5만220대로 43.9%를 차지했다.
■자동차 1대당 인구는 1961년 856.3명에서 지난해 3.2명으로 낮아졌다. 1985년 국민소득 향상과 함께 자동차 대중화(모토라이제이션)가 이뤄져 처음으로 자동차 보유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고 이후 매년 100만대 안팎으로 늘어났다. 지난 3월에는 1,500만대를 넘어섰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1.1%, 총수출의 12.8%(지난해 325억달러), 총무역수지의 96.4%(지난해 283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자동차산업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종사자는 154만명으로 우리나라 총취업자(1,473만명)의 10.4%나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생산점유율 5.4%로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프랑스에 이어 6위국이다. 자동차 수출로 보면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어 5위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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