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고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파트 단지의 잔디밭만 잘 살펴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심지어 고양이도 할 수 있다. 수학을!
무슨 소리냐고 어리둥절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들이 있다. 읽다보면 수학의 주요 개념과 원리를 알게 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훈련도 되는 책들이.
‘고양이 펜로즈, 수학에 빠지다’부터 펴자. 펜로즈는 늘 수학책만 들여다보는 주인님 때문에 무시당하는 기분이 싫어서, 주인님이 두고 간 수학책을 읽다가 그 재미에 푹 빠진다. 0과 1의 이진법, 프랙탈, 무한의 진리, 피보나치 수열, 마방진, 불가능도형…. 펜로즈를 사로잡은 것들이다. 134쪽의 얇은 책으로 꼭지마다 분량이 너댓 쪽밖에 안 돼 부담이 없고 내용도 쉽고 재미있다.
‘수학 IQ를 만드는 세계 어린이들의 놀이’나 ‘5분이면 수학 짱’ 시리즈는 놀이나 게임, 퀴즈로 수학적 사고를 배우는 책이다. 꼭지마다 분량이 1~4쪽 밖에 안 돼 아무데나 펼치고 즐기기에 좋다. ‘수학 IQ를 만드는 세계 어린이들의 놀이’가 소개하는 게임과 퍼즐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유럽, 북미, 태평양의 여러 섬나라, 뉴질랜드 등 각지에서 즐겨온 것들이다. 컴퓨터게임으로도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틱택토’처럼 수천 년 된 것도 있다. 게임마다 놀이 방법과 ‘생각해보기’가 붙어있다. 세계 여러 나라와 민족의 역사, 지리, 문화는 덤으로 알게 된다. 같은 종류의 게임이 지역에 따라 또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알 수 있다.
‘5분이면 수학 짱’ 은 모두 10권. 1~6권은 마술과 퍼즐, 게임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깨치는 데 중점을 뒀고, 7~10권은 그림퀴즈, 보드게임, 동화 등을 통해 추리력과 관찰력 등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본 개념부터 어려운 응용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내고 친절하게 해설해 자기 실력에 맞게 골라 풀 수 있다.
이런 책들로 일단 수학에 입맛이 당겼다면, 이제 ‘수의 모험’을 읽을 차례다. 이 책은 수학 교사였던 할아버지가 호기심 많은 여덟 살 짜리 손자 필로에게 들려주는 20가지의 수학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다양한 사례와 놀이를 통해 십진법, 황금률, 방정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피보나치 수열, 0의 개념, 자연수, 무리수, 데카르트 좌표, 원 넓이 구하는 법, 프랙탈 등 중학교 수학 수준의 주요 기본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필로의 눈을 통해 수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스스로 느끼고, 수학이 왜 필요하고 왜 배워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꽤 짜임새 있고 깊이도 있지만, 초등 고학년이면 무난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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