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도 움츠러들면서 제풀에 실수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지곤 한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라이벌 두산을 대하는 LG가 이 같은 징크스의 덫에 걸린 듯하다.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시즌 6차전. 올 시즌 4번의 1점차 패배 포함, 두산전 5전 전패(지난 시즌 포함하면 7연패)의 수모를 벗어나기 위해 ‘이길 때까지 돈을 받지 않겠다’는 배수진 전략을 내건 LG 선수들의 눈빛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산은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LG의 서슬을 선발 박명환의 호투와 특유의 뒷심을 발판으로 5-1로 유유히 비껴갔다.
1회 박용택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을 때만해도 LG 더그아웃에는 연패 탈출의 기대감이 퍼지는 듯 했다. 이것이 전부였다. LG는 이후 안정을 찾은 두산 선발 박명환과 황금 계투진의 위력에 눌려 한번도 2루를 밟아보지 못한 채 또 다시 역전패(올 시즌 두산전 5번째)의 아픔을 되씹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1-1로 맞서던 7회초. 두산 선두타자 임재철을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손시헌의 연속 안타로 3루까지 내달린 대주자 윤승균은 장원진의 내야 땅볼 때 결승점을 올렸다. 어이없는 실책 2개와 삼진 11개의 맥없는 경기를 보고 돌아서는 LG 홈팬들의 얼굴에는 하지만 ‘내일 무료 입장’이라는 즐거움이 스쳐갔다.
현대는 인천 경기에서 SK를 4-0으로 완파했다. 용병 서튼은 5회초 시즌 11호 투런 홈런포를 작렬,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삼성은 대구 경기에서 8회말 터진 심정수의 3경기 연속 결승타에 힘입어 한화에 4-3 역전승을 거뒀다.기아는 장단 12안타를 퍼부으며 롯데를 10-0으로 대파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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