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을 앓아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40대 여성 장애인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졌으나 승강장 공익근무요원과 시민이 힘을 모아 생명을 구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오전 8시45분께 부산지하철 2호선 동원역 승강장에서 신모(47ㆍ부산 북구 금곡동)씨가 계단을 내려온 뒤 노란색 안전선을 넘어 선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2073열차(기관사 이용권ㆍ37)가 역 구내로 막 진입하던 순간이었다.
신씨가 떨어진 것을 목격한 공익요원 김명수(21)씨는 역 구내로 들어오는 전동차를 향해 두 팔로 진입금지를 뜻하는 ‘X’ 표시를 하면서 10여㎙를 달렸다. 일단 전동차를 멈추게 한 김씨는 승강장에 있던 50대 중반의 한 남성과 힘을 합쳐 신씨의 팔을 붙잡아 끌어올렸다. 김씨가 몇 초만 늦게 신호를 보냈어도 전동차가 구내로 진입했을 긴박한 순간이었다.
김씨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한 여자가 선로에 떨어져 있는데, 순간 전동차 진입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려 너무나 놀랐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힘을 다해 도왔을 것”이라며 말했다.
김씨는 부경대 전자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1학년을 마치고 3월부터 부산교통공단 공익요원으로 배치돼 근무해왔다. 김씨와 함께 신씨를 구한 50대 남성은 신씨를 구한 후 역 구내로 들어온 전동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신씨는 “녹내장 치료를 받으러 안과에 가던 길이었다”며 “목숨을 구해준데 대해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팔, 다리도 불편한 신씨는 이날 사고로 오른쪽 발목뼈가 부러져 20일 오후 수술을 받았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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